[기고] 마음을 어루만질 인공지능

정회경 배재대 AI·SW중심대학사업단장
정회경 배재대 AI·SW중심대학사업단장

이번 달이 지나면 넷플릭스(NETFLIX)에서 옛날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볼 수 없게 된다고 한다. 1987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드로리언이라는 차를 타임머신으로 만들어 과거, 미래에서 마이클 제이 폭스가 일련의 사건을 겪는 공상과학(SF) 영화 고전이다. 3편까지 나온 이 영화를 가끔 보면 개봉 당시 향수가 솟아나기도 하고 실현된 과학이 느껴져 자주 찾아보곤 한다. 어쩌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리움'이 묻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한달 전쯤 가슴 먹먹한 기사를 읽었다. 순직한 군 장병을 인공지능(AI)으로 되살려 어머니와 작별인사를 하도록 했다는 기사다. 국방홍보원이 공을 들인 이 프로젝트는 2007년 서해 상공에서 KF-16 요격 훈련 중 산화한 고(故) 박인철 소령과 그의 어머니 이준신씨의 마지막 대화였다. 27세에 세상을 등진 젊은 조종사는 어머니와 만나 '조종사 훈련을 받으면서 행복했다. 원하던 일을 해 여한이 없다'와 같은 말을 전했다고 한다. 16년 만에 아들을 대면한 어머니는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한다. 고 박 소령의 아버지 박명렬 소령도 1984년 F-4E 조종 중 순직해 슬픔은 더해졌다.

대전 출신 작가 정진영의 소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초고를 지인이 보여준 적 있다. 소설의 큰 줄기는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스스로 등진 어머니를 원망하던 주인공이 어느 날 어머니를 AI로 만들어 대화하려고 데이터를 모으고 친지와 만나며 어머니를 향했던 원망과 애증이 사랑과 존경으로 가득하게 됐다. 고인을 AI로 부활시키려고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 주변인 탐문이 현재 실상과 비슷하게 묘사돼 있다. 사람들은 떠나간 누군가와 대화하려면 빅데이터를 모아야 구현할 수 있다는 걸 잘 모르기 때문이다. 소설은 AI를 전공하지 않은 독자도 기술을 이해하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앞서 고 박 소령을 살려낸 기술도 소설과 마찬가지로 생전에 고인이 남긴 음성이나 영상, 사진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단순히 입력된 데이터에 자연어 처리까지 가능해야 한다. 실제 살아있는 사람과 물 흐르듯 대화하게 하는 게 목표다. AI로 고인과 해후(邂逅) 하는 일이 크게 생경하진 않다. 얼마 전에도 병마와 싸우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가족을 만났다는 소식을 종종 들어온 덕분이다.

과거와 그리움이 같은 뜻이 될 줄 몰랐다. 게다가 과학이 곁들여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게 되리라는 상상은 해본 일이 없다. 그동안 과거는 후회이고, 그리움은 쓸쓸함을 동반한 기억일 뿐이었다. 입력하고 학습한대로 구성되는 AI는 후회, 쓸쓸함보다 앞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의미를 되새기며 배재대 AI·SW중심대학사업단에서는 AI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전략적 목표설정과 특성화로 혁신적 교육체계를 기반으로 AI 사회를 이끌 AI·SW융복합인재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재대 학생이 진화하는 기술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산업체 현장에서 직무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혁신 및 교육 인프라를 구축했다.

AI·소프트웨어를 배우는 배재대 학생은 단순히 학문과 기술만 익히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리는 감성을 갖길 원한다.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기술을 구현하는 건 사람이다.

정회경 배재대 AI·SW중심대학사업단장(컴퓨터공학과 교수) hkjung@p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