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발처럼 분열한 천재의 비극적 일생…영화 '오펜하이머'

(※ 본 리뷰는 영화 '오펜하이머'의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생을 다룬 작품이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핵개발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를 중점으로 전개된다.

배우의 연기력과 심리 묘사를 시청각으로 풀어낸 연출로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로버트의 심리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 위력을 알기에 핵폭탄으로 사라진 생명의 무거움을 느끼는 로버트와 그의 옆에서 그의 외도를 지켜봐야 했던 키티, 불안정한 자신을 떠난 로버트에 배신감을 느꼈던 진까지 각각의 트라우마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선명하게 그려진다.

핵연료에서 나온 중성자가 또 다른 핵연료를 때리고 서로 연쇄작용을 일으키듯 각 캐릭터들이 당긴 방아쇠가 다른 인물을 부채질한다. 모두가 선과악을 나눌 수 없지만 각자가 가진 트라우마는 인간으로써 안쓰러움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후반부의 주인공은 스토로스. 대표작 대부분이 괴짜 천재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이번에는 '미천한' 신발 판매원에서 자수성가한 미국 원자력위원회 창립 위원인 루이스 스트로스를 완벽 소화했다.

킬리언 머피가 연기한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청문회는 컬러로, 스트로스의 청문회는 흑백으로 두개의 시점을 대조적으로 그린다.

놀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제로 CG'로 시네마틱 블록버스터를 완성시켰다. 첫 번째 핵폭발 실험인 트리니티 테스트는 CG 없이 완성됐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눈 앞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맨해튼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1940년대 로스앨러모스를 100% 완벽하게 구현해 현실감이 엄청나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루스 데 용이 “철저한 자료조사를 기반으로 위치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했다”라며 “모든 것들을 실제와 똑같이 만들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낼 만한 퀄리티다.

올해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 할 영화를 꼽는다면 '오펜하이머'를 추천하겠다. 배우들의 연기력, 연출, 음향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영화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오는 15일 국내 개봉한다. 러닝타임 180분, 15세 이상 관람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