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방 한편에 놓인 책상과 의자가 버리고 싶어졌다. 생각해보니, 직장 생활하면서 책상과 의자가 제 역할을 못한 지가 꽤 된 것 같았다. 그저 이 둘의 역할은 수많은 옷가지를 걸어두거나 짐을 놔두는 공간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방을 청소해도 너저분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심했다.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내다 버리기로.
그런데, 너무 마음만 앞섰던 걸까. 생각해보니 책상과 의자는 대형 폐기물에 속하질 않나. 부끄럽지만 그동안 집에서 대형 폐기물은 처리는 모두 아버지의 몫(?)이었다. 폐기물을 옮기는 정도만 도왔지, 제대로 배출 신고까지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하필 이때, 아버지는 지방 출장이셨다.
일단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조금은 귀찮은 목소리로 동사무소에서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사서 신고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물론 인터넷으로 신고하고 출력하는 방법도 있다는데, 현재 집 프린터는 고장났단다. 설상가상으로,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동사무소가 열었을 리가 없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다. 분명 내일이 되면, 의지가 식어서 저 책상·의자를 치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구청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그런데, 이제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대형폐기물을 배출하는 방법이 나왔다는 것 아닌가. 굳이 주민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대형 폐기물 신고필증을 출력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하나면 다 되는 ‘빼기’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빼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빼기는 지난 2018년 3월 28일, 주식회사 ‘같다’가 개발한 환경자원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다. 지난 5월 기준 국내 최대 환경자원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로, 현재 서울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도와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다. 물론 빼기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가 지자체와 협약을 해야 해서, 일부 지역구에서는 서울에서도 아직 지원하지 않는 지역구가 있다. 다행히 현재 살고 있는 지역구에서는 서비스하고 있어서 빼기를 사용해볼 수 있었다.
우선 빼기 앱을 실행해보도록 하자. 앱에서는 ‘직접버림’과 ‘내려드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직접버림’은 빼기와 지자체가 협약을 맺고 진행하는 서비스로, 스마트폰에서 배출 신고하고 직접 지정한 장소에 배출하는 것이다. ‘내려드림’은 혼자 버리기 어려운 대형폐기물을 믿을 수 있는 빼기 파트너에게 대신 버리도록 맡기는 서비스이다. 내 경우 1인용 책상과 의자라서 ‘직접버림’을 선택했다.
‘직접버림’을 선택하니 버릴 품목을 선택하는 메뉴가 나온다. 가구와 가전, 악기는 물론 자동차 공구까지. 꽤 다양한 폐기물을 배출할 수 있다. 내 경우엔 한쪽 서랍이 달린 책상과 바퀴 달린 책상용 의자를 선택했다. 이후 책상과 의자의 사진을 앱에 등록하고, 물품 배출 위치 지정해 수거해가시는 기사님이 잘 찾아오시도록 간단한 설명도 적어두었다.
비용을 결제하니, 빼기 예약 번호가 나왔다. 집에 있는 종이에 빼기 예약 번호를 크게 적어서 폐기물에 잘 보이도록 붙였고, 지정한 장소에 내놨다. 어려울 줄 알았는데, 난생 처음 해 본 대형 폐기물 배출을 단 몇 분 만에 끝내버렸다. '대형폐기물 스티커'보다 더 나은 방법을 알아낸 것만 같아 자못 뿌듯한 기분도 들었다. 폐기물 수거는 약 3일 정도 후에 완료됐다.
빼기, 그게 뭐가 그렇게 좋아?
‘직접버림’의 경우 별도의 수수료 없이 거주하는 지자체 대형폐기물 배출 신고 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했다. 지자체 폐기물 수수료 부과기준으로도 책상(6000원)과 의자(3000원)를 버릴 시 총 9000원의 비용이 드는데, 서비스 비용도 이와 동일했다. 대게 이런 앱을 사용하면, 수수료를 걱정할 수 있는데 빼기는 그런 게 없어서 좋았다.
그동안 대형폐기물은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겐 처치 곤란의 대상이었다. 웬만한 업무는 스마트폰으로 다 되는 세상인데, 대형폐기물은 그렇지 않았다. 주민센터를 방문해 스티커를 발급받거나, 신고필증을 직접 프린터로 출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반차를 내서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집에 프린터가 있으면 모를까. 대부분은 굳이 시간 들여서 처리해야 하는 귀찮은 일이다. 빼기는 이런 불편함을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직장인 입장에서 시간 제약받지 않고,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대형폐기물을 버릴 수 있는 게 이점이었다.
물론, ‘내려드림’의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숙련된 ‘빼기 파트너’가 직접 대형폐기물을 옮겨주는 수고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빼기 파트너를 모집할 때 성범죄 이력 조회, PASS 본인 인증, eKYC 본인 확인 등 3가지 검증 시스템과 1대1 면담을 통해 대형폐기물 운반에 숙련된 파트너를 선발한다. 그렇기에, 혼자 사는 1인 가구 중 도저히 혼자 대형폐기물을 버릴 수 없을 것 같을 때 내려드림 서비스는 좋은 선택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빼기, 그거 어디서나 다 쓸 수 있어?
가장 간편한 ‘직접버림’ 서비스는 지자체와 협약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현재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 중이다. 다행히 빼기와 협약을 맺는 지자체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6월 기준, 서울은 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도봉구, 마포구, 서초구, 송파구, 영등포구, 은평구 등 9개 지역구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경기도는 고양, 김포, 동두천, 성남, 수원, 안성, 양주, 용인, 이천, 의정부, 파주, 포천, 화성시 등 14개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인천은 미추홀구, 연수구만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강원도 1개, 충청도 8개, 경상도 10개, 전라도 6개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지역은 모두 빼기 앱 하단 ‘스토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빼기 측은 협약 지자체를 꾸준히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에는 전라남도 여수시와 협약을 맺었고, 지난 2일에는 경상남도 남해군과 협약을 맺었다.
대형폐기물 배출 계획이 있다면, 빼기 앱을 한 번 확인해보자. 운 좋게 내 거주지가 포함돼 있다면, 꽤나 편리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테크플러스 이수현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