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신용카드라고 불리는 '휴면카드'가 올해 2분기 1300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카드 신청으로 발급이 쉬워진 데다가 점유율 확대를 위한 카드사들의 신판 마케팅 경쟁이 휴면카드를 대거 양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8개 전업 카드사 휴면카드는 총 1291만1000장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1239만9000장)보다 51만2000장이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업 카드사 휴면카드가 1085만5000장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무려 205만6000장이 증가했다.
휴면카드는 카드 발급 후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아 이용실적이 없는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말한다. 과거 금융당국의 자동해지 정책으로 3100만장에 달하던 휴면카드 크게 줄었지만, 이후 휴면카드 자동해지에 따른 카드 재발급과 신규 모집 등 카드사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면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업 카드사별로는 올해 2분기 기준 신한카드가 200만6000장 휴면카드를 보유해 가장 많았다. △현대카드가 191만2000장 △롯데카드가 189만장 △KB국민카드가 187만6000장 △삼성카드가 166만3000장 △우리카드가 148만5000장 △하나카드가 132만8000장 △비씨카드가 75만1000장 순이었다.
카드 비중에서 휴면카드 비중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비씨카드는 휴면카드 비중이 올해 2분기 42.61%로 10명 중 4명 이상이 카드를 발급하고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하나카드 15.52% △롯데카드 14.78% △우리카드 14.33% △KB국민카드 11% △현대카드 10.20% △삼성카드 9.94% △신한카드 9.50%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쉬운 비대면 카드 발급과 더불어 카드사와 간편결제사의 프로모션이 휴면카드 양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카드 회원 대면 모집 시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카드 연회비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연회비가 3만원 상당의 신용카드라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은 3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카드사와 간편결제사는 발급이 아닌 카드 이용에 따른 혜택으로 현재 10만원 이상의 현금성 포인트 등을 고객에 제공하고 있다. 이에 이런 혜택을 얻으려는 체리피킹까지 급증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카드 발급이 가능해지면서 과거 보다 손쉽게 신용카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면서 “과거 음성적으로 카드 모집인을 찾아다니면서 받던 경제적 이득도, 온라인에서 손쉽게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이에 따른 체리피킹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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