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관리 ITS 역할 커진다...“예방 기능 강화해야”

#터널 안에 화재가 나거나 지하차도가 침수 위험이 있다고 해도 들어가기 전까지 알기 힘들다. 터널 입구에 LED 면조명을 설치해 즉각적으로 터널의 위험도를 알려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전국 공공기관이 보유한 CCTV는 약 150만개. 하지만 관리자 1명 당 관리하는 카메라는 900~2000대. 사실상 이뤄지기 힘든 관제에 AI CCTV를 적용하면, 위험을 더 빨리 인지할 수 있다.

재난관리 취약점을 지능형교통체계(ITS)로 보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재난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피해가 커진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1일 한국ITS학회가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주최한 '재난·방재 관련 ITS 정책과 기술 토론회'에서는 재난 예방을 위한 ITS 기술과 사례가 공유됐다.

한국ITS학회가 주최한 '재난·방재 관련 ITS정책과 기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한국ITS학회가 주최한 '재난·방재 관련 ITS정책과 기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승준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교통안전대책은 사고가 많이 난 곳의 기하구조를 고치고 시설을 개량하는데 치우쳤다”며 “ITS 발전으로 실시간 교통안전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시간 모니터링까지해서 사고예방에 이르는 전체적인 관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20대 4명의 생명을 앗아간 봉평터널 사고에서도 CCTV는 있었지만 사고 후 녹화된 것을 확인하는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CCTV와 교통제어를 연계하고 위험 상황에 대한 경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도공에서 개발 중인 터널과 지하고속도로 예방적 재난 관리를 위한 ITS 기술도 소개했다. VMS나 터널 내 주행 속도를 맞춰주는 페이스메이커 조명, 터널 AI 검지기 등의 기술을 종합해 센터와 연계하는 표준모델을 개발 중이다. 터널 내에 검지기를 대량으로 설치하고 이를 종합해 터널 입구 면 조명으로 상태에 따라 색깔로 알려주는 기술도 이 중 하나다.

유미희 SKT 팀장은 “국내 기업이 개발한 산불조기감지 시스템이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911신고보다 2시간 먼저 빨리 감지해 대응한 사례가 있다”며 “AI CCTV, 디지털트윈, 빅데이터 등 3대 요소 기술이 재난이나 대형 사고를 예방하는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CCTV 등 기존 시설들이 재난 예방에는 사실상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점도 들었다. 150만여개에 달하는 CCTV가 운영 중이지만, 재난 상황을 CCTV가 촬영하고 있어도 관리자가 이를 보고 있지 않으면 대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지기 역시 마찬가지다. AI가 위험 패턴을 인식해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김희천 국토교통부 과장은 “SOC 신규 건설에서 유지관리로 패러다임이 바뀌고는 있지만 재난 예방과 안전 확보를 위한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예방까지 가능한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그 성과를 통해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