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PAL·소장 강흥식) 박재현 XFEL응용과학팀 박사가 영국 임페리얼컬리지 런던(ICL) 생명과학부 자스퍼 반 토르 교수팀과 함께 초고속 분광학으로 단백질 분자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결정학은 구조 생물학에서 분자 배열 방식의 '스냅샷'을 찍는 강력한 실험 기법이다. 이번 연구는 여러 대규모 실험과 수 년간의 이론 작업을 통해 기존 결정학 기법과 분자의 진동을 맵핑하는 분광학 기법을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 포항가속기연구소 X선 자유전자레이저를 이용했다. '결맞음' 과정에 속하는 초고속 분자의 운동을 결정 구조 분석을 통한 그림 형태로 직접 볼 수 있었으며, 단백질 내의 분자가 광학 레이저 빔 조사에 반응할 때 초기의 움직임이 '결맞음' 의 결과임을 확인했다. 이 움직임은 생물학적 반응에 의한 움직임이 아닌 진동 효과임을 나타내며 실험적으로 처음 관측된 결과로 레이저 분광학 기법이 구조 생물학의 고전적인 결정학 기법 기반 연구에 새로운 통찰력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거의 원자 분해능으로 매우 빠른 시간 스케일에서 분자 동역학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번 기술은 초고속 레이저 분광학 분야뿐만 아니라 시분해 구조 생물학 분야 연구자들이 결정 구조의 결맞음성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포항가속기연구소 PAL-XFEL의 SFX 엔드스테이션에서 원격으로 진행됐다. 실험을 위해 SFX 엔드스테이션 담당 연구원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이번 실험이 성공할 수 있도록 크게 기여했다. 해당 실험 장치는 단백질 결정을 X선 위치로 전송함과 동시에 두 가지 다른 파장의 광학 레이저를 이용한 실험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 LCLS, 일본 SACLA, 한국 PAL-XFEL을 포함한 15개 기관의 49명의 저자가 함께 이뤄낸 결과다. 코로나 기간 동안 원격으로 수행된 실험을 포함해 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