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헬스] “팔이 저린데 목디스크라고?”

늘어나는 젊은 목디스크 환자
전자기기 사용 습관 개선해야

분당자생한방병원 김경훈 병원장
분당자생한방병원 김경훈 병원장

디지털 친화적인 2030대 직장인은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온종일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출퇴근길에는 스마트폰을 보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며 업무 시간에는 컴퓨터나 노트북 앞에 앉아 매일 같이 일과 씨름한다. 귀가 후에도 TV와 태블릿PC를 이용해 여가를 즐기다 잠들기 직전까지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문제는 이처럼 일상화된 전자기기 사용이 자칫 목 건강을 해치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자기기는 대부분 눈높이보다 낮게 사용하게 되는데, 장시간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무심코 목을 앞으로 쭉 내밀어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 같은 자세가 지속될 경우 목에 과도한 부담이 누적돼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구부정한 자세는 목디스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경추(목뼈)는 머리의 하중을 견디고 이를 여러 방향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본래 C자 곡선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고개를 앞으로 숙인 자세는 목의 정상적 배열인 C자 곡선을 일(一)자로 변형시켜 일자목(거북목) 증후군을 일으킨다. 일자목은 머리 무게와 외부 충격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지 못해 심할 경우 경추 뼈 사이의 디스크가 탈출되는 목디스크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전자기기 사용 자세와 목에 가해지는 부담의 연관성은 해외 연구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척추외과 전문의 케네스 한스라즈 박사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을 위해 고개를 숙이는 각도에 따라 최대 27kg 부담이 목에 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연구에서도 태블릿PC를 책상에 세우거나 눕혀서 사용하는 자세가 정면을 보는 자세보다 목에 가해지는 하중이 3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목디스크로 병원을 찾는 젊은 환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해야 할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30대 목디스크 환자는 지난 2021년 15만6694명으로 집계돼 2017년(14만7319명)보다 1만명 가량 늘며 꾸준히 증가했다. 구부정한 자세를 바르게 고치고 목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목디스크 증상은 디스크가 탈출한 정도와 방향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보통 목 뒤에 뻐근한 통증이 발생하며 두통과 어지럼증, 이명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팔과 손 전체에 나타나는 통증과 저림 역시 대표적인 목디스크 증상이다. 심한 경우 손끝까지 저린 느낌이 들고 손가락의 감각이 둔해질 수 있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나서야 한다.

한방에서는 경추 기능 회복을 중점에 두고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로 목디스크를 치료한다. 먼저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 일부를 활용해 비뚤어진 경추 배열을 본래의 C자 형태로 회복시켜 목 통증 해소에 도움을 준다. 또한 침 치료는 뻣뻣하게 경직된 목 주변 조직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신바로약침, 중성어혈약침 등 순수 한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 치료는 목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을 빠르게 제거한다. 더불어 환자 세부 증상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손상된 목 주변 조직을 강화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약침의 목 통증 개선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약침 치료는 물리치료보다 목 통증과 기능, 삶의 질 지수 개선 측면에서 월등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료 5주 후 목 통증 시각통증척도(VAS) 변화량을 살펴본 결과 약침치료군(33.1)은 물리치료군(17.3)보다 2배 가까운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VAS는 환자의 통증을 수치화한 것으로 값이 높을수록 통증이 심함을 의미한다.

올바른 자세를 취하려는 일상 속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컴퓨터나 노트북, 스마트폰 화면을 눈높이에 최대한 맞춰 목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위를 올려다보거나 목을 천천히 돌리는 등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으며 1시간에 한 번은 일어서서 목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일상에 몰두하다 보면 건강에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최근 들어 목이 자주 뻐근해 아프고 타자를 치는 손에 저린 증상이 느껴지는 직장인이라면 가까운 의료진을 찾도록 하자. 건강을 생각하는 사소한 관심이 목디스크를 예방할 수 있다.

분당자생한방병원 김경훈 병원장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