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생성형 AI를 마주하는 인테리어 업계의 자세

이주성 아키드로우 대표
이주성 아키드로우 대표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이 붙은 세기의 바둑 대결을 기억한다. 아직 바둑에서 인공지능(AI)은 인간에게 이길 수 없다는 많은 사람의 예측과 달리 알파고는 다섯 번 대국에서 네 번을 이겼다. 구글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를 통해 AI 기술을 세계에 알렸다. 영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와 같이 기계에게 패배한 인간 세상이 실제로 오고 있다며 알 수 없는 무기력함에 빠졌던 기억도 난다.

그렇다면 이세돌은 어땠을까. 이세돌은 알파고 대결 이후 바둑을 즐기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계기가 됐다고 한다. 대결 직후 참가한 대회에서 8연승을 달리며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10년 간 한국 바둑을 이끌고 정상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이세돌에게 두 번째 전성기가 온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국내 바둑 인기도 오히려 높아졌다. 바둑을 취미로 시작하는 성인과 기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큰 이벤트를 통해 바둑의 매력을 느끼게 된 셈이다.

AI 이야기를 할 때면 꼭 'AI가 대체할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올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웹 개발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코더, 데이터 과학자 등과 같은 기술 직업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 밖에도 여러 직업을 나열했는 데 지구 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만 오늘이 아닐 뿐이다.

필자 역시 AI를 활용한 인테리어 SW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가 제공하는 3D 인테리어 솔루션에 GPT 기능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인테리어가 필요한 공간 사진 한 컷만 있으면 생성형 AI를 활용해 원하는 스타일 디자인을 무제한 뽑아낼 수 있는 서비스도 오픈했다. 그 과정에서 SW를 더 잘 만들기 위해 'AI가 대신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직은 AI가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상상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솔루션을 활용하는 인테리어·공간 디자이너 역시 AI SW 때문에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자신들의 디자인 창작물에 GPT 기능을 활용해 업무를 더욱 쉽고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또 같은 공간에 대한 더 많은 인테리어 스타일 아이디어를 찾는데 AI 인테리어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에게 더 큰 만족감을 제공하고 스스로 생각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유명 건축물 공간 스타일링을 담당한 디자이너들과 함께 흥미로운 작업에 나섰다. 주제는 AI로 촉발된 공간 디자인 위기와 미래에 대한 조망이다. 콘퍼런스에서 공간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건축 공간을 우리가 만든 AI 인테리어 프로그램을 활용해 새로운 스타일로 디자인한 후 두 작업물 중 더 선호하는 쪽을 참석자들에게 선택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들에게 AI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AI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해 인간 창작물과 AI를 비교하는 것도 아니다. 한정된 공간에 대한 무한한 아이디어를 즐기고 공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다. AI가 디자인 했다고 해도 선택은 온전히 우리 몫이다.

챗GPT의 엄청난 파급력과 AI 기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직 도래하지도 않은 불길한 미래에 매몰돼 AI를 활용하는 즐거움을 놓치면 안 된다. AI는 도구다. 우리는 AI에 대한 규제 혹은 절제에 대한 올바른 답을 찾아갈 것이다. 우리 손에 주어진 도구를 활용해 일하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앞으로 AI가 열어갈 새로운 인테리어 세상, 프롭테크 발전에 설레는 요즘이다.

이주성 아키드로우 대표 eric@archisket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