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킬러 규제' 15개를 선정하는 등 규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성과가 체감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상향식 규제개선 창구 마련, 면밀한 사후평가가 필요합니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선 노력에 대해서는 “방향은 맞지만 뚜렷한 성과는 아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 실장은 기업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기업은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성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정부에서 '킬러규제' 개선 얘기도 나왔으니 앞으로 더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규제 개선을 위한 상향식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실장은 “규제혁신추진단, 신문고, 협회 등 상향식 규제 개선 건의 채널은 있지만 어떤 규제가 개선돼야 하는지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는 과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상향식으로만 규제 개선 건의를 받으면 단순 민원과 규제 개선 건의가 걸러지지 않는 측면이 있고 화학물질관리법 같은 규제는 위에서 짚어주지 않으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에 적절히 어우러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를 도입한 후 실제로 시장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사후규제영향평가를 도입했다. 이는 기존 규제에 대한 효과성과 타당성을 심층 분석해 규제의 대안을 제시하는 제도다. 규제를 도입할 때는 사전영향분석을 실시해 규제의 부작용을 가늠해본다. 사후규제영향평가는 규제 도입 후 실제로 사전 분석처럼 영향이 나타나는지, 추가적인 부작용과 순기능은 없는지를 심층 분석하는 것이다.
도입 첫 해인 올해는 재검토 기한이 도래한 규제나 쟁점 규제 중 심층 검토가 필요한 규제 20개를 선정해 KDI와 행정연구원이 분석·검증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양 실장은 “그 동안에도 사후평가는 있었지만 규제 이해관계자, 담당 정부 부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규제를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를 판단해왔다”며 “면밀한 평가를 거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규제일몰제 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규제 존속 여부에 대해 검토하도록 했지만 대부분 규제를 존속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했다는 게 양 실장의 설명이다.
양 실장은 사후규제영향평가가 실질적인 규제 개선 장치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부처의 참여 의지를 이끌어낼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처 입장에서는 알아서 잘 하고 있다는 입장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규제 개선 건의가 들어오면 부처 자체에서 용역을 하긴 하지만 외부에서 한 발 떨어져 보는 것과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올해 실시한 평가에서도 담당부처와는 결론이 다르게 도출되는 것들이 있었다”며 “규제 개선을 잘 하는 부처가 정부 내에서 인정받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원들의 의견 제시가 실제로 규제 개선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점도 사후규제영향평가의 약점이다. 양 실장은 “재검토기한이 도래한 규제 중 도서정가제와 같은 파급력이 있는 규제도 검토했지만 국회 논의를 거치다 보면 연구자들의 의견 제시가 얼마나 반영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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