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최수석 전자전기공학과 교수·왕다희 씨(석사졸업) 연구팀이 전기적 신호를 이용해 필터링 색 조절이 가능하고, 높은 광투과율을 가진 컬러필터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렌즈를 통과한 빛은 이미지 센서로 들어간다. 센서는 적색·녹색·청색 필터를 통해 빛을 필터링하고, 다시 조합해 형형색색 물체를 재현한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센서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어 인접한 픽셀을 합치는 '픽셀 비닝(Binning)' 기술을 통해 빛의 양을 늘림으로써 노이즈를 줄이고, 이미지를 또렷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염료형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기존 필터는 외부 환경에 취약하며, 투과 중 손실되는 빛의 양이 많다. 또, 필터링 색이 적색·녹색·청색 중 하나로 고정돼 색상 다양성이 제한되고, 선명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컬러 비닝' 기술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이를 보정하고 있지만, 이미지와 색의 정확한 표현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카이랄 액정(CLC)에 주목했다. CLC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특정한 파장의 빛을 선택적으로 반사한다. 이 특성에 착안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나노미터(㎚) 크기 CLC 구조를 조절해 특정한 색(구조색 structure color)을 나타내는 필터를 제작했다. 적색 파장의 빛을 필터링하던 필터가 상황에 따라 청색 파장의 빛을 필터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1.4볼트(V)의 매우 낮은 전압으로 필터링 색상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필터는 70%의 높은 광 투과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또 필터를 이용해 4개의 픽셀을 하나로 합치는 '테트라 비닝(Tetra Binning)' 기술도 구현했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높은 품질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최신 기술 중 하나다. 연구팀은 인위적 신호처리 등 추가 공정 없이 1.4V의 전압만으로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최수석 교수는 “사람의 눈처럼 어두운 환경에서도 고품질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 연구가 이미지 센서뿐 아니라 자율 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삼성전자·포스텍 전략산학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광학 전자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즈'의 후면 표지(back cover) 논문으로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