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소재 5개 지자체 “고준위 특별법 통과” 촉구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 원전 전경.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1, 2, 3, 4호기. <자료 한수원>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 원전 전경.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1, 2, 3, 4호기. <자료 한수원>

원자력발전 소재 지방자치단체들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 통과를 촉구했다. 고준위 특별법이 국회에서 장기간 표류하는 가운데 이대로는 법 제정이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이날 전문가들도 나서 법안 세부내용에 대한 '끝장토론'을 이어갔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와 원전 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대국민 심층 토론회'에서 고준위 특별법 '대국민 심층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원전 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는 국내 원전이 위치한 경북 경주시, 부산 기장군, 전남 영광군, 울산 울주군, 경북 울진군 등 5개 기초 지자체로 구성된 단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행정협의회는 포화가 임박한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과 관련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에 착수하기 위해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행정협의회장인 손병복 울진군수는 “기후위기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을 위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문제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국가적 사안”이라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에 필요한 고준위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는 이미 지난해 3월 건식저장시설(맥스터)을 증설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확보를 위해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고준위 특별법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 처분을 위해 처분장 부지선정과 독립 행정위원회 설치, 유치 지역 지원 등 내용을 담았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9차례 법안소위 심의를 거쳤지만 여아가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법 제정이 좌초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자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고준위 특별법 통과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박종규 기장군 부군수는 “국회가 보다 큰 무게감과 사회적 책임감으로 연내 고준위법 제정을 위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김석명 울주군 부군수는 “오랜 기간 사용후핵연료 위험을 떠안고 있는 원전 소재 지자체 입장에서 고준위 특별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영구화에 대한 지역주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고준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자체 참석자들은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반출을 위한 중간저장시설 확보 시점과 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 시 지역주민 의견수렴·지원방안 등을 고준위법 특별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 또한 고준위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고준위법은 여야가 함께 발의해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지금이 법 제정을 위한 최적기”라면서 “우리 세대가 안전하고 저렴하면서도 청정한 원자력 에너지로 얻은 혜택의 부담을 미래 세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