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이 10분 충전으로 최대 400㎞를 주행할 수 있는 급속충전 배터리를 개발하고, 연내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획기적 기술이지만 수명 저하 등 실사용 환경에서 성능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리튬인산철(LFP) 4C 급속충전 배터리를 소개했다. '션싱(神行)'이라는 이름의 이 배터리는 LFP 양극재를 기반으로 10분 충전으로 최대 400㎞ 주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가오 환 CATL 전기차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션싱 배터리는 세계 최초로 4C 급속충전이 가능한 LFP 배터리”라면서 “10분 충전으로 베이징에서 지난시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를 충·방전 속도를 나타낼 때 C-레이트(충·방전율)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배터리가 가진 에너지양에 비해 얼마나 빨리 또는 느리게 충·방전하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충전시간을 단축하려면 C-레이트가 높아야 한다.
예를 들어 1C는 60kWh 용량 배터리를 1시간 동안 60kW로 완충하는 빠르기를 말한다. 3C는 180kW로 충전한다는 의미로 충전시간은 20분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0.5C로 충전한다면 완충까지 두 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1C 이상의 충전 전류는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배터리는 과부하를 견디기 위해 1~2C 정도로 충전을 하는데 4C 배터리는 이를 4배 수준으로 높인 것”이라면서 “어떤 배터리든 이론적으로 4C 충전이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면 배터리에 가해지는 부하도 크게 높아져 발화가 일어나거나 수명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ATL은 영하 10도 저온 환경에서도 3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LFP는 원료 특성상 저온 성능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한 번 충전으로 최대 주행거리는 700㎞에 이른다는 것도 강조했다.
CATL은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해 내년 1분기 이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이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현지 전기차 제조 업체에 우선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CATL은 중국 최대이자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CATL은 36.8% 점유율로 1위를 달렸다. 중국을 넘어 해외 진출에 본격 뛰어들면서 유럽과 북미에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CATL 배터리는 중국 주요 전기차 모델을 비롯해 테슬라 모델3·Y에 탑재된다.
일반적으로 LFP 배터리는 국내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NCM·NCA) 배터리와 비교해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이 장점이다. 하지만 에너지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CATL의 이번 제품은 거리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LFP 배터린는 중국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테슬라 등을 중심으로 채택이 늘고 성능도 보완하면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EV볼륨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도 LFP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급속 충전이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지만 배터리에는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가혹한 조건을 장기간 견딜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면서 “CATL이 공격적으로 LFP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 내용만 보면 매우 획기적인 기술이지만 실제 전기차에 탑재돼 어떤 성능을 구현하는지를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