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사내 복지 제도 손질에 나섰다. 사내 '워킹맘'을 위한 어린이집은 설치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주 2회 실시하는 재택근무 제도도 축소할 방침이다.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든 만큼 외부 인재 영입을 위해 내세웠던 '당근' 정책을 거둬들이며 효율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최근 신사옥 '무신사E1'에 10월 조성 예정이었던 사내 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취소했다. E1은 연 면적 1만533㎡,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다. 당초 지상 1~2층은 무신사 브랜드 팝업스토어 공간, 3층은 어린이집, 4~10층은 사무실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어린이집 설치가 무산된 3층 또한 업무 공간으로 활용한다.
어린이집 설치를 철회한 것은 비용 문제 때문이다. 현행법 상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주어진다. 설치 의무를 어길 경우 강제금 1억원이 부과된다. 무신사는 사내 직원이 1500명에 이르는 만큼 설치 의무가 있다.
현재 무신사는 본사 사옥 '무신사N1' 외에도 성수동 일대에 소규모 사무실을 여러 곳 임차해 인력을 분산 운영하고 있다. 외부 임차 사무실을 줄이고 자체 소유한 신사옥에 업무 공간을 늘리는 것이 비용·운영 측면에서 유리하다.
무신사 관계자는 “어린이집 도입을 초기에 검토했으나 실수요가 적다는 점을 고려해 계획을 변경했다”며 “실수요 증가 시점에 도입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근무 제도도 수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 무신사는 주 2회 재택 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부서별 상황에 맞춰 조정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4시간 근무 후 퇴근하는 '얼리 프라이데이'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내달부터는 순차적으로 재택 근무를 축소할 방침이다. 조정 대상은 업무 특성 상 재택 근무 빈도가 높은 부서부터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사옥 조성으로 업무 공간이 충분해진 만큼 사무실 출근을 통해 근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얼리 프라이데이 제도도 폐지하거나 대체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 축소 기조가 분명해지면서 내부 직원들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특히 무신사 사내 복지 제도를 고려해 입사한 경력직 인력의 불만이 높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 직원에게 재택 근무 제도는 단순 근무 형태를 넘어 중요한 복지 제도로 여겨진다. 사내 어린이집 또한 보육 수요가 높은 직장인에게 필수적인 복지 정책 중 하나다.
무신사 관계자는 “엔데믹 시대에 적합한 근무 형태를 검토 중”이라며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임직원이 업무에 더 몰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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