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이후 세계적으로 데이터 개방·활용이라는 큰 물결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의 발달에 힘입어 더욱 거세지고 있으며 고용, 복지, 금융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디지털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데이터가 무엇보다 중요한 원천으로 자리매김, 새로운 가치 창출 동력으로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정부는 정부혁신을 통한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고 국민의 경제활동과 밀접한 정보인 국세데이터는 그 관심도와 활용 수요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세데이터는 국세청이 보유한 데이터를 의미하며, 과세정보와 통계자료로 구분된다. 과세정보는 개별 납세자의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비밀유지를 원칙으로 하고 법률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에 한해 관계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비밀유지 원칙으로 과세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세청은 통계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통계자료는 개별 납세자를 직·간접적으로 식별되지 않도록 처리한 자료로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조세정책·평가 및 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공개하고 있다.
과세정보는 사회보험 운영, 급부·지원의 심사, 경제활력 제고 등 범정부 정책 추진에 광범위한 활용 수요가 있다. 국세청은 농어민·소상공인 등 지원을 위한 법률 개정을 돕는 등 관계부처의 과세정보 활용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지원하는 한편 적법한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적극행정의 일환으로 과세정보 신규 수요에 대해 사전컨설팅 제도를 도입,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국세통계는 국세청이 개청한 1966년에 118개의 통계표가 최초로 공개되었으며, 이후 국세행정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고 조세정책 연구·분석에 도움을 주기 위해 통계표를 매년 확대해 현재 550여종을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양적 확대에 그치지 않고, 다소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국세통계를 국민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국세통계포털(TASIS)을 2021년 4월 개통했다.
올해 5월에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100개 업종에 대해 최근 5년간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19, 저출산·고령화 등 환경이 국민의 소비 성향, 생활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수 있는 통계를 공개하는 등 국민에게 유용한 신규 통계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과세정보와 국세통계 이외에 국세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2018년 6월 세종에 개소한 국세통계센터(NTS Data lab)는 국세통계 작성에 사용된 미시자료(microdata)를 이용자가 직접 분석할 수 있도록 제공해 연구목적에 맞는 통계 생산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이용 대상은 개소 당시 정부기관 등으로 한정됐으나 현재는 대학, 민간연구기관까지 대폭 확대됐다.
2020년 9월에는 수도권 이용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서울센터를 개소했고, 국세통계센터 누리집을 통한 소득세 표본자료제공, 타 기관 데이터 결합 지원 등 국세통계센터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현재 연간 100회가 넘는 이용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대외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다.
올해 3월 일본 국세청에서 국세통계센터 벤치마킹을 위해 우리나라 국세청을 방문해 시설을 견학하고 국세데이터 활용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일본 국세청 방문단은 2일간 일정 내내 '대단합니다'를 외치며 자국에 비해 한발 앞선 우리나라 국세청의 데이터 활용성과를 실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5월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세계은행(WB)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조세정책을 통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연구'를 위해 국세통계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는 국세통계센터에서 제공하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국세데이터와 통계전문가의 적극적 지원으로 원활하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음에 만족감을 표하고 특별기고문을 통해 별도의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서울시립대 통계학과 교수는 문헌연구를 통해 국세통계센터와 유사한 해외 사례를 비교한 바 있다. 그는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면서 개방성을 높이는 환경을 구현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세청의 국세데이터 개방 수준은 미국, 영국 등의 개방 수준과 견주어 기술적으로 높은 수준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범정부 정책 추진을 위해 과세정보가 필수적 분야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성공적 정책 수행을 지원하고, 통계전문 인력을 확충해 정책 평가·연구에 국세데이터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재현자료 제공 등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세데이터가 국민 실생활에 더욱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방되고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태호 국세청 차장
〈필자〉 김태호 국세청 차장은 1994년 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 주립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세청 조사기획과장, 운영지원과장, 중부청 조사2국장,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자산과세국장, 개인납세국장 등을 역임한 정통 조세 관료이며 조세 재정 전문가다. 2021년 12월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한 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해 7월 국세청 차장에 취임했다. 차장 취임 후 납세자 친화적인 국세행정, 믿음을 주는 공정 세정을 지향하며 납세자와 직원 모두의 만족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지속하며 대내외적 소통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