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이테크 기술을 일컫는 '딥테크(Deep-tech)'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면서도 수면 깊은 곳에 숨어 보이지 않는 기술을 의미한다. 당장 성과를 알 수 없는 초기단계 기술인 만큼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해 민간보다는 공적 자금의 장기 투자가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챗GPT로 급부상한 오픈AI도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을 뚫고 대표 딥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딥테크팁스를 도입한 이유다. 딥테크팁스는 민간 벤처캐피털(VC)이 3억원 이상 투자한 딥테크 기업에 최대 3년간 15억원 연구개발(R&D) 자금과 창업사업화·해외마케팅 자금을 지원한다.
전자신문은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미래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기술 등 분야에서 우리 생활을 혁신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 딥테크 스타트업을 10회에 걸쳐 조망한다. <편집자 주>
자율주행, 공장 자동화 업계는 실시간 전송 시스템 고도화에 한창이다. 영상, 라이다, 온도, 압력 등 탑재 센서 수 증가에 따른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제시스템과 주고받으며 안전한 주행·작업 환경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세에 발맞춰 미국전기전자학회(IEEE)는 저지연·저손실·고신뢰성 기반 차세대 메시지 전송 표준인 시간민감성네트워킹(Time Sensitve Networking, TSN)을 수립하고, 기술 확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센서로 입력된 데이터를 고속으로 추론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더하면 자동화 기술까지 구현할 수 있다.
티에스엔랩은 실시간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하는 차세대 AI·통신 통합 반도체 개발에 도전한다. 회사는 TSN·AI·통신 분야 26년 경력을 보유한 김성민 대표를 필두로 반도체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2021년 설립했다.
연산 기능에 특화된 AI반도체 기업은 국내에 일부 존재하지만, TSN 전송 기능을 갖춘 통신 반도체 기업은 티에스엔랩이 유일하다. 회사는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TSN 반도체를 출시했다. 다음달에는 철도 차량에 TSN 기술 실증을 수행할 예정이다. 다양한 철도망은 물론 신호통신·관제 등이 얽혀있는 철도 시스템에서 고속으로 운행하는 열차가 신호·승객 정보 등 여러 데이터를 TSN으로 지연없이 전송해 안전한 스마트 철도를 구현할 수 있다.
김성민 티에스엔랩 대표는 “TSN 통신 반도체에 AI 추론 기술을 접목하면 실시간 전송 능력에 안정성까지 높아지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티에스엔랩은 우선 AI와 통신기술을 통합한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술을 확보하고, 프로그래머블(FPGA) 반도체 제작과 주문형반도체(ASIC) 대량 양산이라는 기술 로드맵을 세웠다. 현재 8건 등록·출원 중인 특허를 내년 20개까지 확대해 AI·TSN 분야 기술 장벽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공장 자동화, 실시간 클라우드, 자율형 로봇, 차세대 철도, 자율주행차를 공략 시장으로 삼았다. AI와 실시간 전송 기술이 인프라 구축에 필수인 분야다. 올해 말 공장 자동화부터 시작해 내년 클라우드·자율주행차, 2025년 철도 순으로 기술검증(PoC)·실증·양산으로 이어지는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는 AI와 TSN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한양대기술지주회사로부터 기업가치 50억원으로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팁스에도 선정돼 15억원 상당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는다. 딥테크팁스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주관으로 팁스 운영사 추천을 거쳐 선발한다.
한양대기술지주 관계자는 “TSN 시장과 AI 기반 신경망처리장치(NPU) 시장 모두 매년 40% 가까이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실시간 제어 분야에서 AI와 실시간 통신이 결합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술력을 갖춘 티에스엔랩은 국내외에서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