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코리아가 전동킥보드 운영을 사실상 중단했다. 한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 또는 타 업체에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버드코리아는 지난달부터 한국 철수를 준비했다. 최근 주요 운영 지역인 강남 일대에서 기기를 모두 회수했다. 현재 기기 재정비를 진행 중이다.
매각 가능성도 있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기기와 브랜드를 모두 넘기거나 기기만 넘기는 두 가지 방식이다. 기기와 브랜드를 넘기면 인수 기업이 버드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본사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형태다. 기기만 매각한다면 인수 기업이 애플리케이션(앱) 연동 및 기기 리브랜딩 작업을 해야 한다.
버드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경영난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PM산업협회 출범 당시 이사사로 활동할 만큼 사업과 산업 전반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그러나 올해부터 협회비를 내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제도의 부재와 과도한 견인 등이 경영 악화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PM업계는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가 없어 사업 예측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지자체별 세부 정책이 상이해 사업 확장이 어려웠다. 이미 글로벌 PM업체인 라임과 뉴런모빌리티는 지난해 한국에서 철수한 바 있다.
제한적 주차 구역으로 인한 견인 비용이 만만치 않다. PM산업협회에 따르면 업계는 지난해 서울시에서만 전동킥보드 견인료와 보관료로 30억원을 냈다. 이는 업계 매출의 5~10%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2020년 9월 '개인형 이동수단의 안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최초 발의됐으나 국토위 통과 후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다.
버드 본사 경영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버드 글로벌은 지난해 6월 인력의 23%를 해고하고 독일, 스웨덴 및 노르웨이를 포함한 일부 유럽 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했다. 지난해 3분기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버드 글로벌은 2022년 9월 첫 9개월 동안 3억2200만달러(약 43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충분한 자금을 모을 수 없다면 사업을 축소하거나 파산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경고 의견도 나왔다. 이에 따라 버드 글로벌은 올해 1월, 버드 캐나다에 인수됐다.
버드코리아 관계자는 “내부적인 의사결정으로 운영을 중단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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