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개발 경쟁이 뜨겁다.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돼 완전 대중화하려면 3~5년이 걸릴 전망이지만 시장선점을 위한 국가·업계 간 경쟁은 벌써부터 후끈하다.
삼성전자가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인 데 이어 76·101·114인치 등으로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고, LG전자는 136인치 기업용 사이니지를 출시한 후 가정용 TV전환을 타진 중이다. 애플도 2~3년 후를 겨냥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탑재 애플워치 론칭 로드맵을 내놨다.
겉으로 보면 국내 업계가 디스플레이 업계 미래 먹거리로 간주되는 마이크로 LED에 선제적으로 잘 대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낙관할 수 없다.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중국과 대만 업체로부터 마이크로 LED 상당수를 충당한다. 애플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차세대 기술로 낙점하고 마이크로 LED 개발업체 럭스뷰를 인수해 2017년부터 제품개발에 착수한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대규모 연구개발과 생태계 조성에 공을 들였다. 대만도, 미국과 유럽도 정부 주도 연구협력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중국 LED 기업은 2010년 초부터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치킨게임을 벌여 세계시장 석권을 목전에 뒀다. 그 사이 우리기업 상당수는 도태됐다. 우리 정부가 산업생태계 조성을 등한시한 채 기업의 각자도생만을 지켜본 결과다.
LED는 이제 단순 조명산업이 아니다. LED칩 원천기술, 반도체 미세공정기술, 디스플레이 패널기술, 가전 세트기술 등이 결합한 복합 첨단산업이다. 이들 산업의 유기적 협력은 필수다. 산업간 기술동맹을 토대로 한 수직계열화와 생태계 조성에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더 지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