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실리콘 음극재를 탑재한 전기차가 내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고 충전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주전자재료가 생산하는 실리콘 음극재를 탑재한 전기차가 현재 2종에서 내년에는 최소 7종으로 증가한다.
대주전자재료는 국내 유일하게 실리콘 음극재를 양산·공급 중인 회사로, 2019년 세계 최초로 포르쉐 전기차(타이칸)에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했다.
현재까지 출시된 전기차 중 대주전자재료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차량은 포르쉐 타이칸과 아우디 E-트론 GT 두 종류로 알려졌다.
대주전자재료가 실리콘 음극재를 만들어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하면, 배터리 완제품을 통해 전기차에 최종 탑재되는 과정을 거친다.
대주전자재료는 2019년 포르쉐 상용화 이후 복수의 국내외 배터리 제조사들과 실리콘 음극재 공급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가 이제 나타나, 내년이면 대주전자재료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차종이 7~8종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차량 증가와 함께 실리콘 혼합 비율도 현재 5% 수준에서 내년에는 7~8%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실리콘 함량을 10~15% 수준으로 높이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실리콘은 현재 음극 소재로 쓰이는 흑연보다 에너지를 4배 이상 저장할 수 있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고 충전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다만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최대 400% 팽창하는 문제가 난점으로 꼽힌다. 실리콘 혼합 비율이 10% 미만에 머무는 이유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음극 소재인 흑연에 실리콘산화물(SiOx), 실리콘탄소복합체(SiC), 퓨어실리콘 등 실리콘 소재를 첨가해 만들어진다. 대주전자재료는 SiOx 방식 실리콘 음극재를 상용화했다.
현재 국내에서 고효율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대주전자재료 뿐이다. 회사가 상용화한 SiOx는 제조비용이 높고 초기 효율이 낮은 대신 입자 지름이 6나노미터(㎚) 수준으로 작기 때문에 지름이 70~80㎚인 SiC에 비해 팽창 문제에 유리하다. 대주전자재료는 초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독자 기술을 개발해 물질과 공정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C, SK머티리얼즈, 포스코, 롯데머티리얼즈 등이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회사에 투자하거나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양산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세계적으로도 일본 신에츠, 중국 BTR 정도가 실리콘 음극재 양산이 가능한 업체로 꼽힌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 시장은 연평균 76.6% 성장해 2027년 7조2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요건 충족을 위해 중국 기업에서 공급받던 음극 소재를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수요 확대에 대응해 실리콘 음극재 생산능력을 2025년 말 2만톤 수준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시흥 배터리캠퍼스 증설을 진행 중이며 새만금 산업단지에도 배터리 소재 생산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고 이르면 연내 착공할 예정이다.
대주전자재료 관계자는 “흑연 기반 음극재 시장은 중국이 장악해왔지만 실리콘 음극재 분야는 한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면서 “배터리·자동차 제조사들이 실리콘 음극재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 양산 체제가 갖춰진 회사는 극소수인 만큼 실리콘 음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해 초격차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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