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자리잡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원장 유석재) 내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케이스타(KSTAR) 주장치실.
문 여러 개, '디귿'자 모양 통로를 지나 육중한 KSTAR를 마주할 수 있었다. 주 장치 높이만 6m, 지름은 9m, 무게는 1000t에 달한다.
KSTAR는 '인공태양' 실현을 목표로 구축한 최첨단 연구장치다. 중심의 '토카막' 내부 진공용기에 초고온 플라즈마를 도넛 형태로 발생시키고 자기장으로 가둔다.
이를 장기간 유지하면서 발전에 활용하면 탄소 배출 없이 청정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기자가 마주한 KSTAR는 내부 새 단장이 한창이었다. 윤시우 핵융합연 부원장이 직접 기자를 압력용기 내부까지 안내했다.
금속 재질의 기둥을 두고, 도넛 모양 공간이 펼쳐졌다. 공간 높이는 2.5m, 폭은 2m 정도였다. 초고온 플라즈마가 생명을 얻고 유지되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었다.
기자가 찾은 시점에 하늘색 방진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이들의 임무, '텅스텐 디버터' 설치에 한창이었다.
디버터는 압력용기 위와 아랫부분 표면을 구성하는 요소다. 플라즈마와 직접 맞닿는다. 그만큼 내열 성능이 중요하다.
텅스텐 녹는점은 3422℃. 이를 특히 플라즈마에 직접 영향받는 아랫부분에 적용 중이었다.
윤 부원장은 공간 아래쪽을 가리키며 텅스텐 디버터에 대해 설명했다. 작고 네모난 금속재가 여러개 모여 큰 면적을 이룬 형태로 보였다.
그는 “지난 2월부터 기존 그래파이트(흑연)을 썼던 디버터를 텅스텐 소재로 바꾸는 작업 중”이라며 “총 64개 카세트(설치 단위) 중 30개를 설치한 상태”라고 알려줬다.
작업 과정에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윤 부원장은 “디버터 설치 과정에 1㎜라도 단차가 생기면, 해당 부위에 열이 더 가해지고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우리, 협력업체 직원들이 하루 15시간씩 교대 작업하며 문제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제대로 설치된다면 텅스텐 디버터는 향후 KSTAR의 운전 성능을 보다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기반이 된다.
고출력의 플라즈마는 유지시간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에 따른 열 제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압력 용기 내 대면 장치가 열에 강하면 그만큼 고출력 플라즈마 발생을 견더낼 수 있다.
더욱이 텅스텐은 냉각효율이 높아 냉각수를 이용한 열 해소도 쉽다. 텅스텐이 만능은 아니지만 이전 그래파이트 대비 많은 장점을 지녔다는 설명이다.
윤 부원장은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그는 “내달 말 디버터 설치를 마칠 계획이고, 이후 11월부터는 플라즈마 실험에도 들어갈 계획”이라며 “텅스텐 디버터가 잘 적용됐는지, 또 기존 운전 모드를 새 환경에도 쓸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심스레 미래 청사진도 그렸다. 윤 부원장은 “하드웨어(HW) 발전 없이는 운전시간 증대에 한계가 있고, 이번 텅스텐 디버터 적용이 2026년 1억℃ 300초의 벽을 넘는데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