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난 세계 경제는 이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급등하는 고금리,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물가상승은 경제의 새로운 현실이 됐다. 여기에 저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 원화 가치 하락이 겹쳐 매우 힘든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거시경제 여건 변화와 더불어 산업 대전환을 촉발했다.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된 정보통신기술(ICT) 혁신과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가속화됐다. 동시에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면서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각국 정부의 규제,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글로벌 기업의 RE100 활동도 크게 증가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몇 년간 겪게 될 산업 대전환은 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세계금융 위기 이상으로 우리 기업에게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충격은 위기와 함께 새로운 성장 기회를 가져올 것이다. 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응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과거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과 임금 격차가 가파르게 커졌음이 이를 증명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산업 대전환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그리고 전통산업과 ICT를 활용한 신산업간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 국제연합(UN)은 팬데믹 상황에서 디지털 격차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했으며, 이는 '불평등의 새로운 얼굴(new face of inequality)'이라고 명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이후 삼성그룹을 비롯한 10대 재벌과 소위 '네카쿠라배'라고 하는 온라인 플랫폼 매출과 순이익 등이 급증했고 경제력 집중이 더 심해졌다.
이런 경향은 불평등이 단순히 국가 간이 아니라 기업 간과 산업 간 차이로 확장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경제 시대에서는 정보와 기술에 접근하는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불이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산업 대전환기를 맞이한 우리 중소기업들이 경쟁에 뒤처지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과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금리와 벤처캐피털의 투자 위축으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전환을 위한 투자자금을 조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소외되지 않는, 공정한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산업전환을 선도하는 신산업 분야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VC 펀드의 투자, 전통산업에 있는 한계 중소기업 구조조정과 사업전환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할 시점이다.
한편 산업 대전환은 기업 간 경쟁과 협력 관계 재편을 동반하며, 그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과 불공정 거래도 증가할 수 있다. 플랫폼 기업과 해당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기업 간 수수료 분쟁이나,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저작권과 특허 분쟁이 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국회 입법을 통해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산업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광운대 교수 이병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