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수출 감소로 고전한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 경기 침체라는 메가톤급 악재로 부진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수출이 전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LG화학의 올해 상반기 기준 석유화학 부문 수출액은 4조67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4% 줄었다. 이 기간 첨단소재 부문 수출액도 15.6% 줄어든 9348억원에 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년 대비 72.8% 급증한 10조원의 수출고를 올리며 전체 수출액을 전년 대비 순증으로 돌려놓은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롯데케미칼은 기초소재 부문에서 올해 상반기 4조2641억원의 수출고를 올렸는데 이는 전년 대비 약 26.8% 줄어든 수치다. 첨단소재 사업부문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8% 감소한 2조1573억원이다.
한화솔루션의 상반기 수출액은 기초소재사업부문 1조3565억원, 첨단소재부문 1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7%, 8.7% 줄었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수출이 모두 지난해 대비 꺾인 것은 중국의 리오프닝 등 글로벌 수요 회복 효과가 작용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당초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로 인해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이 본격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따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주요 기업 모두 석유화학 사업 부문의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주요국의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된데다 중국의 석유제품 자급률 상승까지 겹치며 수출이 부진했던 게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하반기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화학 제품의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특히 부동산 경기와 밀접하다. 중국 경제 위기가 이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게 업계 진단이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의 경기 침체가 이미 화학 시황에 선반영됐고 중국 내 석유화학 증설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따른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이 매년 세계 수요에 버금가는 양의 에틸렌을 생산해 왔는데 경기 침체로 인해 석화 생산 시설 증설 둔화, 생산량 감소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면서 “향후 3, 4년뒤 글로벌 수급 상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만, 중국 또한 범용 화학 제품 생산을 줄이는 대신 아라미드 등 고부가, 신조재 분야로 눈을 돌릴 수 있고 이 경우, 또 다시 한국 기업과의 경쟁이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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