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2026년 프리미엄 차량 2대 중 1대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차량용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는 자동차 분야에서 치열한 시장 경쟁을 예고했다.
김병구 LG디스플레이 오토사업 그룹장은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 2023)에서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함에 따라 차량용 디스플레이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2026년 프리미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매출 기준)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IMID는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와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가 공동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 디스플레이 학술대회다.
김 그룹장은 “유럽, 북미, 한국 등 9개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와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를 양산 및 개발하고 있다”면서 “P(플라스틱)-OLED, ATO(Advanced Thin OLED), LTPS LCD 3가지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협력 중인 회사는 캐딜락, 메르세데스-벤츠, 제네시스, GM, 포르쉐,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루시드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프리미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2023년 36억7000만달러(약 4조9000억원) 규모로, 2026년에는 63억6000만달러(약 8조5000억원)까지 성장이 예상된다.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자동차의 전장화 영향이다.
현재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시장 성장에 발맞추는 한편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강화해 확실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기준 프리미엄 시장에서 점유율 23.1%로 1위를 차지했는데, 2026년에는 이보다 2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슬라이더블, 롤러블, 투명 등 다양한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차량용으로 선보일 방침이며, 특히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소재에서도 차별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그룹장은 “올해는 기존 1세대 대비 휘도(화면 밝기)와 소비전력을 각각 30%와 40% 이상 개선한 2세대 탠덤 OLED를 양산하고 있고, 2세대와 비교해 휘도 20%, 소비전력 20%를 추가 개선한 3세대 탠덤 OLED도 현재 개발 중”이라고 공개했다.
탠덤은 유기발광층을 2개층으로 쌓은 OLED 구조다. 1개층 대비 고휘도, 장수명 등 내구성과 신뢰성이 뛰어나 차량용에 적합하다. LG디스플레이가 자동차 시장에서 앞서 갈 수 있었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2024년 제네시스에 2세대 탠덤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중심에서 OLED로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OLED의 약점이던 내구성 개선이 이뤄지면서 벤츠, 아우디, 현대 등 완성차 업계 채택이 늘고 있다.
아우디는 자사 중형 세단인 A6와 A7 모델 적용을 목표로 2027년부터 4년간 270여만대에 이르는 OLED 조달에 나설 정도로, 시장 변화가 빠르다.
이에 OLED 디스플레이 업체를 중심으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 OLED를 중심으로 해온 삼성디스플레이도 차량용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으며 BOE도 차량용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공격적인 사업 계획에 따라 OLED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이날 IMID에서는 자동차 외에도 다양한 폼팩터 디스플레이들이 등장해 신시장 개척에 공들인 모습을 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2.4형 '롤러블 플렉스' 제품을 비롯해 화면을 양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는 17.3형 '플렉스 슬라이더블 듀엣', 'S'자와 'G'자로 접히는 멀티 폴더블 등 모바일과 IT 시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혁신 제품을 선보였다.
부산=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