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Data)는 '21세기의 석유'에 비유된다. 데이터 역시 원자료(Raw data)를 어떻게 가공하고, 연결하느냐에 따라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자원이다. 특히 데이터는 석유와 달리 매장된 원재료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창출되고, 무한히 누적된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치를 발한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데이터 활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 산업 분야 이외에도 의료, 에너지,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가 활용되며 급격한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공공부문이 변화할 차례이다. 방대한 양의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 의사결정과 효과적인 정책 수립 등 정부 서비스에도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플랫폼을 바탕으로 민-관 협력 중심의 문제 해결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이 대표적 사례로, 이를 통해 정부는 데이터, 디지털 기술 등이 접목된 '국민이 중심이 되는 정부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근 사회정책 분야에서도 데이터 기반의 정책 연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각종 사회 현안이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어 개별 부처의 정책 노력만으로는 충분한 대응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은 어느 영역보다 빠르게 개선점을 발굴하고 지속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하는 정책 분야이므로 부처 간 정책 협업과 데이터 연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범 사회부처 협업전략(이하 협업전략)'은 사회부처 간 내실 있는 데이터·정책 연계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협업전략은 '창신동 모자 사건', '수원 세 모녀 사건', '인천 일가족 참변' 등 취약계층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를 예방하고, 보다 두터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취약계층의 발굴-지원-예방·관리까지 전 주기적 협력체계 구축을 목표로 수립됐다.
발굴 측면에서는 데이터 연계, 지역 기관 간의 연대를 통해 위기가구, 취약계층을 적시에 발굴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통계청의 인구·가구 정보, 국세청의 소득 정보 등이 교육, 고용, 주거 등 각종 사회정책 데이터와 결합한다면 복합적 문제를 갖고 있는 취약계층을 보다 정밀하게 발굴해 낼 수 있다. 또한 사회보장 빅데이터, 복지위기 신고 정보와 함께 행안부나 민간통신사에서 보유한 정보를 연계할 경우 위기가구에 대한 신속한 발굴은 물론, 사안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기관에서 보유한 정보를 연계하는 방법 이외에도, 관련 통계나 정보체계가 아직 구축되지 못한 분야의 데이터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출생통보제가 국회에서 통과되며 '출생미신고 아동'이라는 또 하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밖 청소년과 같이 제도적 보호가 어려운 학령기 아동에 대한 통계는 추정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교육부를 중심으로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 간 정보 연계를 통해 학령기 아동 전반에 대한 통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정보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개선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자 한다.
지원 영역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신청 편의 개선, 정책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목표로 한다. 신청이 필요한 복지서비스는 수혜자가 제도를 모르거나 절차가 복잡한 경우 지원 대상에게 적시에 서비스가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경우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 신청제도를 도입하거나, 신청 절차나 서류를 간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복지서비스 수혜율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을 바탕으로 이번 협업전략 수립 과정에서 총 28개의 신청 기반 복지서비스의 개선을 이뤄냈다.
또한 고용-복지-금융 등을 취약 계층에게 연계·제공할 때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 간 유기적 연계를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사회부총리로서 주재하고 있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정책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연계 지점을 지속해서 발굴할 예정이다.
예방과 관리 분야에서도 부처 간 데이터 연계는 필수적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홍수 등 자연재해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를 체계적으로 예측한다면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위험과 취약계층을 분석해낼 수 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사전에 설계해 나갈 수 있다. 또한, 그동안 부처 간 분절적으로 관리됐던 정책 성과를 총체적 시각에서 분석할 경우, 정책 융합으로 인한 성과 외에도 한 부처의 정책이 다른 부처의 정책에 미치는 영향 등을 도출할 수 있고, 해당 분석을 통해 보다 정밀하고 과학적인 정책 설계 또한 가능하다. 이를 위해 중앙 부처 간 정보 연계 외에도 지자체나 사회 각 분야를 담당하는 다양한 연구기관, 민간 등과의 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문제 해결 중심의 부처 간 데이터 기반 협업이 정착된다면 과거와 달리 특정 현안 발생에 따른 일시적인 협력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처 간 상시적 연계와 능동적 소통이 이뤄질 것이다. 교육부는 사회부총리 부처로서 사회 각 분야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증거 기반의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처 간 장벽은 낮아지고, 협업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경제학자 출신 교육 정책 전문가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와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 교수, 교육개혁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17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교육과학문화수석 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차관과 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