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기 코엑스 사장은 다음 달이면 3년 임기의 절반을 채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그는 그동안 코로나19 엔데믹과 급변하는 국제 정세, 4차 산업혁명 기술 보급 등에 따라 급변하는 마이스 시장에서 코엑스의 혁신을 주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중책을 수행했다.
특히 코엑스 경영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한편 국내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산업에 '혁신 DNA'를 심는 방안을 모색했다. 마이스가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마이스 산업이 국가 경제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직원들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를 참관하며 '마이스 인앤아웃(IN & Out)' 전략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마이스, '인앤아웃' 이원화 전략 펴야
이 사장은 '마이스 인' 전략을 지난달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행사로 설명했다. 삼성은 올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신형 휴대폰을 공개하면서 하루 만에 무려 13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이 사장은 이번 삼성의 언팩 행사가 향후 마이스 산업 발전에 특별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0여명에 달하는 언론인과 인플루언서를 한국으로 끌어들였다고 평가했다. 이는 내수경제 활성화와 국내 마이스 산업의 리쇼어링을 촉진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제품 수출과 달리 서비스 수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면서 “자동화, 스마트공장, 인공지능(AI) 활용 등이 증가하는 제조업은 일자리를 대폭 확대하기 어렵지만 마이스·관광 등은 국내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반도체는 물론 이차전지, 모빌리티, 에너지,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예술, 바이오헬스, 푸드테크 등 주력 산업 전시회를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해 더 많은 외국기업과 바이어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내 전시회에 외국기업을 전시기업이나 바이어로 유치하는 것은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미래 일자리 창출,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국제회의, 전시회, 기업이벤트를 유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장은 지난 5월 세계 한류 팬클럽을 대상으로 음반을 수출하는 '케이타운포유'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아티움에 문을 연 'K-POP 스토어'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한류 상품 수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외 팬을 한국으로 불러오기 위한 거점이라면서 이를 일종의 '마이스 리쇼어링'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마이스 산업의 해외 진출을 포함한 '마이스 아웃' 전략도 제시했다. 전시회를 한국 기업의 원활한 수출과 현지 진출을 지원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기업 뿐 아니라 현지 기업과 제3국 기업까지 참가시킬 수 있는 확장성에도 주목했다.
실제 코엑스는 최근 베트남 빈증전시장 운영에 참여하면서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현재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추진되고 있는 컨벤션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1회성이 대다수인 경제사절단이나 시장개척단은 지속성이 없다”면서 “전시화를 통해 소비재뿐 아니라 전력기자재,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이차전지 등 다양한 기술·제품을 여러 나라에 진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국내 전시기업의 해외진출에 정부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엑스,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담다
이 사장은 코엑스를 다양한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들의 요구를 서로 연결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수많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잠재적 바이어의 시선을 끌기 위한 전략을 짜고, 구매 의사결정을 유도할 비책과 콘텐츠를 선보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코엑스를 전시장·회의실 임대기업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다양한 일을 합니다. 코엑스의 새로운 미션은 연결과 경험을 통한 고객가치 창출입니다. 고객, 파트너, 임직원, 사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기업이 비전입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직원들에게 산업에 관한 공부를 강조했다. 식자재부터 첨단기술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업종의 기업이 코엑스의 잠재 고객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철학이다.
이 때문에 조직문화를 바꾸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지털전환(DX)이 화두에 오르면서 오프라인 중심인 마이스 산업의 미래에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증가한 데다 상대적으로 업무 효율 향상에 관심이 적은 직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했다. 연말에 팀장 이상 모든 직원이 모여 성과를 공유하고, 우수 평가자에 상금(팀 2000만원, 개인 500만원)을 수여한다.
이 사장은 “코엑스는 직원이 전 재산인 기업”이라면서 “직원 역량 향상이 곧 회사의 성과 향상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