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25년 그랜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내놓는다. 1986년 그랜저 출시 이래 첫 PHEV 모델이자 현대차그룹 2세대 PHEV 시스템 탑재 차량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전동화 시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복수의 부품 협력사에 그랜저를 포함한 차세대 중대형 차급 PHEV 개발 및 양산 계획을 공유했다. PHEV는 일반 하이브리드(HEV)와 달리 전기차처럼 직접 충전 가능한 차량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하반기부터 개발에 착수해 2025년 신차 출시를 목표로 한다. 일부 협력사는 새 PHEV 시스템을 위한 관련 부품 개발을 시작했다. 연간 부품 공급 계약 규모는 8~9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중대형 PHEV를 보급, 2030년 완전한 전기차 전환까지 시장 요구에 대응한다. 새로운 중대형 PHEV 개발 계획에 포함된 모델은 준대형 세단 그랜저를 비롯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쏘렌토 등으로 현대차·기아 판매를 주도하는 주력 차종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차종의 PHEV 관련 핵심 부품을 표준화·모듈화해 생산 효율성을 높인다.
그랜저 PHEV는 개발 초기 단계로 세부 스펙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현대차그룹의 기존 PHEV보다 동력 성능과 연료 효율을 크게 개선한 2세대 시스템을 탑재한다.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 중인 전동화 모델용 고용량 배터리와 두 개의 전기모터를 장착해 1회 충전 시 전기만으로 최대 100㎞를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그랜저 PHEV 개발을 결정한 것은 외부 충전이 가능해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전기차로 넘어가는 전환기 주력 차종에 PHEV 모델을 새롭게 도입, 최근 보급 속도가 정체된 전기차를 보조하며 전동화 전환을 끌어내려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소비자들의 전동화 모델 선호도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그랜저의 국내 판매량 가운데 HEV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53.3%)에 달한다. 그랜저 HEV의 올해 1~7월 국내 판매는 3만8000대 이상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7% 늘었다.
그랜저는 내수 판매가 주력인 만큼 국내 PHEV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25년 이후에는 전기차 보조금이 낮아져 PHEV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란 계산이 깔렸다.
그랜저 PHEV와 부품 등을 공유할 싼타페, 쏘렌토 PHEV 역시 2세대 시스템을 탑재해 2025년 전후 국내 판매가 예상된다. 현재 이들 모델은 국내에서는 내연기관 외에는 일반 HEV 모델로만 나온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쏘나타를 비롯해 싼타페, 쏘렌토 등 일부 차종의 PHEV 모델을 개발했으나 북미나 유럽 등 해외에서만 판매했다. 국내에 PHEV 보조금이 따로 없어 시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PHEV 시장은 국산차 없이 일부 수입차만 판매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PHEV 모델 개발과 관련해 “신차 개발 계획은 변동성이 커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