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 시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수립과 아이디어 원천은 무엇인가? 모범답안에 근접한 해법은 데이터다.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AI)만 보더라도 데이터 양과 질에 의해 승부가 결정된다. 아무리 좋은 알고리즘이라도 풍성한 데이터가 부족하면 그 빛을 발하기 어렵다.
금융권은 데이터 확보와 활용이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데이터가 부족한 핀테크 뿐만 아니라, 자체 데이터 이외에 타 기관 및 타 업권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금융사는 진작부터 노력을 기울여 왔다.
개인화 성향이 강한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생산자인 소비자 의식도 변했다. 이들은 더 이상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다. 필요하면 기업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활용하도록 동의하는 대신, 높은 가치의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도 예외가 아니다. 소비자는 딱 맞는 금융서비스를 받기 위해 정보제공 및 활용에 대한 의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마이데이터와 가명정보는 데이터 기반 환경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데이터가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를 전제로 출발했다면, 가명정보는 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강조한다. 두 제도 공히, 정보보호와 정보 활용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금융의 발전적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이후 본격 시행된 금융 마이데이터는 중복 가입기준으로 누적 가입자 수가 이미 8000만명을 넘었다. 수치로만 판단할 때, 고객은 자산소비와 신용관리 측면에서 금융 편의성을 체감하는 것 같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에 도입된 제도로 개인정보에서 특정 개인을 식별하지 못하도록 정보를 제거하거나 변경해 만든 정보다. 상대적으로 정보 보유가 빈약한 중소 핀테크나 데이터 결합으로 통찰력을 얻고자 하는 기업은 가명정보 활용에 대한 니즈가 크다. 그러나 법률 도입 이후, 데이터 보유기관의 보수성 및 가명처리에 대한 부담 등으로 실질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제도미비나 규제 불확실성 근본적 개선을 위해 가명정보 활용에 대한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적극적으로 공공데이터를 적용하고, 데이터 가명처리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영상이나 음성 등 비정형 데이터의 가명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합성데이터의 활용 확대 등 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다. 동시에 가명정보를 결합해 주고 결합 정보의 익명성 보장을 평가하는 데이터전문기관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데이터의 진정한 가치는 다른 금융 데이터와 연결될 때 드러난다. 예컨대, 마이데이터를 통해 여러 금융기관에 분산된 예금, 대출, 보험, 카드 등 한 곳에 데이터를 모아 효율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현재 시행중인 신용 대환대출 서비스도 고객이 대출 기관 및 이력 등에 대해 추가 기입할 필요가 없다. 자동적으로 기존 대출 상세 내역을 표시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데이터가 비금융 데이터와 결합된다면 가치창출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금융자료만으로 개인 신용을 평가하는 것보다, 통신 및 유통 등 다양한 정보와 결합한 신용평가가 더 정확할 수 있다. 대안신용평가모형 및 소상공인을 위한 상권분석, 보험상품 개발 및 보험료 책정 등 데이터의 활용가치를 높이는 사례는 다양하다.
최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그동안 금융에만 적용됐던 마이데이터가 보건의료, 에너지, 부동산, 유통, 교육 산업 등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이처럼 데이터 생태계를 두고 정부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해 보인다.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이 데이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데이터 기반의 혁신 비즈니스로 고객 편의성 제고와 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송민택 동국대 겸임교수 pascal@apthef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