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가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심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극재 핵심 소재 수직계열화를 위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을 추진했는데, 안갯속에 놓여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말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거의 4개월이 지난 현재 아직 결과를 통보 받지 못했다. 상장예비심사가 통상 영업일 기준 45일 이내에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심사가 길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심사 기간 중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확정되면서 변수가 생긴 형국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를 생산해 관계사인 에코프로비엠에 공급하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 가격의 70%를 차지하는 전구체는 이차전지의 용량, 밀도, 수명 및 안정성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하지만 최근 3년 국내 전구체 수요 대비 국내 자급률은 20%를 넘지 못했다. 특히 90%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돼 대중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에코프로는 그룹 차원에서 핵심 소재 내재화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중국산 소재를 공급망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상황이 급해졌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의 전구체 내재화율은 30% 수준이다. 나머지 70%는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연간 양극재 생산능력이 18만톤 수준인 것과 비교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연간 전구체 생산능력은 5만톤에 불과하다. 전구체가 양극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이른다. 양극재 1만톤을 생산하려면 전구체 9000톤이 필요한 셈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전구체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려는 배경이다. 회사는 2026년까지 전구체 생산능력을 현재 연산 5만톤에서 2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필요 자금을 상장을 통해 확보한다는 전략이었으나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심사 과정에서 경영 투명성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가 그룹사 임원에게 “시장에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는 자사주 매각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 사유를 회사와 협의해달라”는 이메일을 발송하며 내부 통제 강화에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국내 전구체 자급율 확대를 위해 하이니켈 전구체를 중심으로 4배 이상 생산능력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2027년까지 시설투자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배터리 양극소재 라인을 국내외에 증설하는 상황에서 전구체 자급도를 높이지 않을 경우 양극재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