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K배터리는 경매를 통해 구매한 폐배터리 30여개를 1년 가까이 공장에 보관했다가 환경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검찰은 폐배터리 10개를 법정 보관기간인 30일보다 300일 이상 초과한 334일 보관한 K배터리 행위가 '폐기물관리법' 제25조제9항 '폐기물처리업자의 준수사항'을 위반했다면서 징역 6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모빌리티 분야 규제뽀개기 모의재판'의 공소 요지다. 이날 모의재판은 모빌리티 분야 각종 법령과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 사건은 앞서 포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과 유사 사례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당시 사건 역시 전기차 코나에 탑재됐던 2만4000여대분의 배터리를 보관하고 있었다는 게 고발 사유였다. 이 사건은 결국 3개월만에 무혐의 처리됐다.
무혐의 사유는 기존 법령이 아닌 환경부 유권해석 때문이었다. 환경부는 당시 리콜 제품은 폐기물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폐배터리 자체가 폐기물이냐 아니냐를 정하기보다는 리콜 제품에 국한해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날 이뤄진 모의재판에서도 마찬가지 논의가 오갔다.
이 사건 변론인으로 나선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은 “폐배터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없다”면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기소된 본건은 산업과 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는데다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명확성 원칙 역시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인공지능(AI) 학습을 할 수 없는 영상정보' 사건 역시 기존 법령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변론이 이어졌다. 배달로봇 자율주행시 안전성 확보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행인 의도파악 등을 위한 얼굴정보를 AI로 학습하다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사안이다.
변론인들은 배달로봇이 촬영한 안면정보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어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안면정보를 민감정보로 해석하는 것은 과잉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수소선박 역시 합리적이지 않은 기준으로 인해 산업 발전이 가로막힌 대표 분야다. 수소연료전지 격벽 기준을 물리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워 건조검사를 받지 못한 소형 수소선박에 대한 처벌 여부가 쟁점으로 논의됐다.
이번 모의재판은 신기술과 제도의 불일치를 조명하고, 최근 모빌리티 분야 제도적 쟁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종 판결은 내리지 않았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신산업 분야 기업이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면서 “국민 공감이라는 큰 힘을 바탕으로 안전성과 혁신성을 모두 담보할 수 있는 규제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