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첨단 기술 분야 블록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융합 시대에 유기적 산·학·연 협력을 통한 연구개발(R&D) 성과 창출과 성공적 사업화 또한 중요해졌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 결과 및 정부R&D 제도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과학기술 철학은 'R&D를 R&D답게 하는 것'으로, R&D 투자의 효율화와 새로운 먹거리로 대두된 딥테크 등 고성장 첨단 기술 중심 창업과 공공기술 사업화 중심 지원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효율적 국가 R&D 사업 추진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R&D 성과 사업화를 통해 국가 경제 및 국민 생활 기여를 목적으로 한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체계 마련과 산·학·연간 경쟁이 아닌 상호 융합·협력 기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이를 위한 대표적 방안으로 여러 기업과 기관이 조합을 결성해 공동으로 R&D를 수행하는 제도인 '산업기술연구조합'을 들 수 있다.
산업기술연구조합은 1970년대 기술보호주의에 대응해 도입한 민간 중심 기술개발 촉진 체계로 출발했다. 정부 과제를 기반으로 64M D램 세계 최초 개발에 기여한 한국반도체연구조합, 글로벌 신약 개발 및 기술 수출에 기여한 한국신약연구개발조합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조합은 첨단 기술 확보 및 이를 통한 주력산업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산업기술연구조합은 결성하는 기업군을 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와 산업 생태계 규모 등에 따라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고, 유형에 따라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첫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산업 규모가 큰 분야는 국가전략기술과 같이 정부 집중 지원을 통한 첨단 기술 확보가 가능하다. 둘째, 기존 동일 업종이 아닌 신산업 분야 및 공급망 간 협업으로 신기술 실증을 연계한 신산업 창출이 가능하다. 셋째, 기술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조합 네트워크를 활용해 민간 수요를 반영한 공공기술 사업화 기획 및 스케일업을 지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양자·핵융합 등 생태계 조성이 미비한 분야는 조합 결성을 통한 기술창업 기반 마련으로 가치사슬 형성을 기대할 수 있다.
새롭고 다양하게 등장하는 신산업 분야에서 특히 이상적인 모델이고, R&D 단계부터 사업화 추진 주체가 참여해 R&D 및 사업화 중단 없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에 따라 최근 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다시 기업 수요가 커지고 있다.
대표 사례로 올해 상반기 대덕특구에서 설립된 '물 산업 연구조합'과 인천 서구 강소특구에서 출범한 '화이트바이오 순환경제 연구조합'이 있다. 물 산업 연구조합은 가치사슬 중심의 대형 R&D 사업과 ODA 사업을 준비 중이다. CJ, LG화학 등 대기업을 포함한 30여개 기관이 참여한 화이트바이오 순환경제 연구조합은 연구개발특구 신기술 실증 특례를 통해 미래형 신산업을 육성 계획을 기획 중이다.
현 정부 R&D 정책 방향에서 강조하듯 다양한 주체간 협력기반 조성, 선택과 집중을 통한 R&D 투자 효율화라는 R&D 패러다임 변화에서 연구개발특구가 보유한 연구기관, 기술기반 기업 등 다양한 자원과 제도를 활용한 연구조합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형 R&D 성과 창출과 이를 통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가 가능할 것이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공공기술 사업화를 위한 사전 기획, 컨설팅, 스케일업을 위한 추가 R&D, 신기술 실증 특례 제도 등 다양한 정책을 지속 확대하고자 한다.
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국가 경제를 선도해 온 대덕특구는 올해 조성 50주년을 맞이했다. 대덕특구를 포함한 연구개발특구가 분야별 대표 연구기관들과 이들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화를 진행해 온 기업들이 함께 협업하는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로서 대한민국 새로운 50년 미래를 이끌어 나아가길 기대한다.
강병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autokang@innopoli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