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모빌리티 등 3개 분야 중점기술을 설정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세부과제를 담은 '임무중심 전략로드맵' 윤곽이 나왔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분야별 핵심 소재 및 기술 확보, 투자 방향 설정 등에 활용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전략기술 특위) 제3차 회의를 열고 이차전지,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모빌리티 등 3개 분야의 '국가전략기술 임무중심 전략로드맵-기술패권 경쟁 분야'를 심의·의결했다.
이번 전략로드맵은 그간의 다다익선 형태 기술확보 전략과 달리 기술패권 경쟁시대 기술 주권 확보가 필요한 핵심기술을 식별했다. 경제안보 관점 분석에 기초해 중점기술 단위에서 2030년까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가시적 임무를 선정하고, 이를 토대로 임무 달성을 위한 길목 기술을 식별하는 하향식 접근법을 적용했다.
전략로드맵은 임무 달성·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중점 투자 방향과 함께 인재 양성·국제협력·제도 개선 등 전략기술 생태계 조성 방안을 포함하며, 정부는 제시된 임무·목표 달성을 위해 로드맵을 연구개발(R&D) 정책·투자·평가 전 과정 나침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략로드맵은 12대 분야 중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가장 치열한 이차전지,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모빌리티 등 3개 분야를 우선 수립 대상으로 선정했다.
세부적으로 이차전지 분야는 이차전지 기술 강국 수성을 목표로 △리튬이온전지 셀·소재 △차세대 이차전지 △이차전지 모듈·시스템 △재사용·재활용 등 4개 중점기술별 세부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경쟁국 추격을 압도하는 초 고성능화를 위해 이론적 한계수준의 350Wh/㎏급 에너지밀도 구현이라는 도전적 목표와 함께 하이니켈 양극재(니켈 90% 이상), 실리콘계 음극재(실리콘 20% 이상) 등 핵심 소재 확보를 핵심 임무로 설정했다.
또 초격차 성능을 위한 리튬금속 및 초 안전 구현을 위한 반·전고체 전지 상용화(400Wh/㎏)를 추진하며, 광물확보 경쟁 격화에 대비해 리튬을 부존량이 풍부한 나트륨으로 대체하는 나트륨이온전지(220Wh/㎏ 이상) 핵심기술 투자 확대도 포함했다.
반도체 분야는 초거대 AI 본격화에 대비해 막대한 전력소모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저전력·고효율화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메모리 1위 수성과 AI 반도체 신격차 확보를 목표로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고성능·저전력 AI 반도체 △첨단패키징 △전력반도체 △고성능 센서 △소재·부품·장비 등 6개 중점기술 중심 로드맵을 수립했다.
특히 초저전력 상황에서도 10TFLOPS/W(초당 1조개 실수연산이 가능한 성능) 이상의 고효율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설계 기술 개발과 AI 반도체의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본격 적용을 위한 실증·소프트웨어(SW) 개발을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이와 함께 자성소자 기반(MRAM)·저항기반(PRAM) 차세대 메모리 소자, 이종집적 칩렛(기능별 칩을 분할 후 연결하는 방식) 후공정, 화합물 전력반도체, 극한환경용 전원자립형 센서 등 중점기술별 AI 구현에 최적화된 임무·핵심기술을 식별했다.
디스플레이는 △무기발광 △유연·신축(프리폼) △소재·부품·장비 등 3가지 중점기술을 선정,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는 5나노미터(㎚) 이하 초소형 LED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조기 상용화 최대 병목으로 지적되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속·고효율 생산기술을 주요 목표로 한다.
첨단 모빌리티는 수용성·안정성·친환경성 구현을 목표로 △자율주행시스템 △도심항공교통(UAM) △전기·수소차 등을 중점기술로 한다.
주요 과제로는 자율주행시스템의 기존 규제·인프라 개선 중심 접근을 보완하는 고성능 AI·컴퓨팅 기술 확보와 SW 중심 자동차(SDV) 전환 이후 기술주도권 향배를 좌우할 보안·안전성 관련 표준·인증 선점을 도출했다.
한편 이날 전략기술 특위는 전략로드맵과 함께 국가전략기술 성패를 좌우할 최고급 인재 확보 및 질적 역량 향상을 위해 'R&D를 통한 국가전략기술 인재 확보 전략'을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논의했다. 안건은 향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전략기술 특위 위원장)은 “국가전략기술 육성 핵심 방향은 임무 중심적·전략적 R&D 및 세계 수준 핵심 인재 양성으로 이번 회의를 통해 세부적 전략 수립이 본격화됐다”며 “국가전략기술육성특별법 9월 본격 시행을 포함해 앞으로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 혁신과 수립·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