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특구, 그리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우리 경제발전 기반을 마련한 근간입니다. 그리고 더 큰 국가성장을 이룰 기반이기도 합니다. 그 역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한편, 특구 내 기관·기업이 협력해 역량을 강화할 때입니다.”
미국 유치과학자 출신으로 특구 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몸담은 기간만 30여년. 기관을 이끄는 자리까지 올랐던 김명수 전 표준연 원장은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걸어온 궤적을 곱씹었다. 특구와 출연연의 지난 50년도 평가했다.
'기술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연구개발(R&D) 기반 성과를 뿌리내리게 하고, 경제발전의 씨앗을 뿌린 곳'이 김 전 원장의 출연연에 대한 정의다.
지금은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 올라선 곳들도 여력이 없을 때, 제대로 된 R&D를 수행한 곳이었다는 게 실제 특구에 몸담으며 이를 지켜본 김 전 원장의 설명이다.
김 전 원장은 친정인 표준연이 지금 자리에 입주하기 전부터 인근에서 출연연을 지켜봤다.
그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당시 '대전기계창'으로 불리던 1977년 특례보충역으로 '백곰' 미사일 추진제 개발에 참여했다”며 “그 때 경험으로 연구기관을 긍정적으로 보게 됐는데, 미국에서 일하던 중 강홍렬 당시 표준연 소장에게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귀국하게 됐고, 계속 특구에 몸담으며 구성원들의 활약을 목도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김 전 원장은 특구, 출연연에 대한 조언도 했다. 지난 50년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되고, 향후 50년의 영광을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말했다.
김 전 원장은 “표준연에서 국내 최초 리튬 배터리 개발에 참여했고, 전기화학연구실을 맡아 운영하며 기업에서도 배우러 올 정도의 연구 역량을 이뤘다”며 “그런데 문득 '이것을 우리 연구소가 하는 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각자의 역할 즉, 요즘 말로 역할과 책임(R&R)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그는 표준연 본연의 업무에 맞게, 화학 측정 기준이 되는 인증표준물질을 만들어 산업체에 보급하는 일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그것이 표준연 역할에 맞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업이, 그리고 기업이 할 수 없는 공공기반 사업은 출연연이 하는 것이 맞다”며 “그리고 이런 각각의 역할이 어우러지면 보다 큰 성과로 이어지는 곳이 바로 특구”라고 밝혔다.
이런 '역할'에 대한 고민은 폭넓은 시각에서 이뤄져야 효과를 발한다고 강조했다. 그 스스로도 2010년 원장 취임 후까지 이런 시각에서 고민을 이어갔다고 했다.
당시 찾은 방안이 개발도상국 표준 지원(ODA)에 따른 우리 기업의 영향력 확대였다.
김 전 원장은 “개도국에 대한 표준 장비 및 교육훈련은 R&D는 아니지만, 우리 기업의 현지 영향력 확대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우리 기업을 돕는 표준연의 역할에 이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며 “출연연과 특구 모두 폭넓은 시각에서 우리나라와 산업에 도움이 되는 R&R을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특구가 향후 미래 50년에 우리나라 먹거리를 창출하는 주역이 되려면 주변과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사실 김 전 원장은 출연연 기관장 출신으로, 대덕특구가 위치한 대전시의 초대 과학부시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특구 내 연구자, 기관장, 행정 요직을 겪으며 누구보다 특구와 내부 구성원, 지자체와의 협력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면서 특구와 출연연이 카테고리별로 협력하는 체계를 마련하면 이런 협력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았다.
김 전 원장은 “특구는 본래 성분에 관계없이 교류와 협력을 이루자는 취지로 설립된 곳으로, 이제는 산업선도기술, 공공기반기술, 미래도전기술 등 굵직한 영역에서 융합연구를 이루고 기관간 벽을 허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며 “이런 융합 협력이야말로 대덕특구의 미래 50년은 물론, 우리나라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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