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에 공급망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대응이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온실가스 규제 범위가 협력사까지 넓어지고 공급망 내 인권, 안전, 환경 문제에 대한 실사도 강화하도록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용 LG에너지솔루션 ESG추진팀장은 29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ESG 네트워크 포럼'에서 “배터리 업계에 고객사, 평가기관, 정부, 투자자, 지역사회 등에서 전방위적 ESG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면서 “인권과 환경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책임있는 원료 공급망 관리(Responsible Sourcing)와 공급망을 아우르는 탄소저감이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비즈니스의 전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발효된 EU 배터리 법은 탄소 저감, 공급망 내 인권·환경 리스크 실사, 재활용 원재료 사용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사업장에서 직접 발생한 온실가스(스코프1),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스코프2) 뿐만 아니라 공급망이나 제품 소비처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3)까지 2026년부터 의무 공시 대상에 포함시켰다. 업계에서는 서구권이 ESG 규제를 통상무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팀장은 “EU 배터리법 탄소발자국 지침에 따라 2027년부터 일정 등급 이하를 받으면 EU 내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자사 공장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은 전체의 30% 수준으로 나머지 70%는 업스트림(원재료)에서 발생하는 만큼 공급망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까지 전사 탄소중립, 2040년까지 스코프 1·2 탄소중립, 2050년까지 스코프3까지 포함한 전 공급망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스코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25년 26%, 2030년 46% 2040년 72% 감축 로드맵을 세웠다. 삼성SDI는 올해부터 스코프3를 산정해 공개할 예정이다. SK온도 2030년 RE100, 2035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걸었다.
김진출 포스코퓨처엠 센터장은 “그룹 탄소중립로드맵은 2050년으로 맞춰져있지만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을 하는 에너지소재 사업부문은 2035년까지 선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내 강제노동이나 인권 관리도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원재료는 ESG 리스크가 높은 지역에 편중돼있어 조달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제품을 강제노동으로 생산됐다고 가정해 수입을 금지하는 강제노동 방지법이 발효되기도 했다.
이주병 한국생산성본부 팀장은 “글로벌 기업에서 ESG를 거래조건으로 삼고 있어 수출기업에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고 있다”면서 “공급망 리스크를 방치했다가는 브랜드 이미지 손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거래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생산성본부,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는 배터리 산업 ESG 최신 이슈와 선도 사례를 공유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까지 생태계 전반 ESG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K-배터리는 ESG 경영을 글로벌 경쟁력 핵심 요소로 삼아야 한다”면서 “우리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유럽 등 세계 시장에서 중국 기업에 한 발 더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ESG 경영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