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전라남도를 찾은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과학적으로 안전이 검증됐다며 '오염수'나 '핵폐수' 대신 '오염 처리수'로 용어를 공식화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전라남도 무안군 전남도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정권 심판을 위해 국민 항쟁을 선포해야 할 때”라며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국토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의 대표로서 당당하게 일본에 오염수 투기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찾은 전남 무안과 목포 등은 오염수 방류로 인한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안가 지역이다.
이 대표는 “국민을 대리해야 할 대통령이 마치 왕이 된 것처럼 국민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있다”며 “국민을 통합해야 할 대통령이 오염수에 우려를 표하는 국민의 정당한 목소리를 셈도 잘못하는 미개한 사람 취급하면서 결국 국민들을 향해서 싸우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어민과 수산업자들의 보호를 위한 정책 대안 마련도 요청했다. 이 대표는 “어민·수산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점검 시스템을 포함해서 필요 조치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국민들이 마음 놓고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지금이라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우선 줄곧 '오염수'로 불러온 용어를 '오염 처리수'로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용어 변경을 시사한 셈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검증TF 위원장은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수협-급식업체 상생협력 협약식' 이후 “(정확한 용어는) 오염 처리수”라며 “정치 공세를 위해 오염수라 부르고, 핵 폐수라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오염수 관련 용어는) 이제 오염 처리수로 공식화해야 한다”며 “저쪽(일본)에서 오염된 걸 처리해 방류하는 거니까 오염 처리수 사태라 불러야 한다. 오염 처리수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쓰는 공식 용어”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오염수 용어 변경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한 총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야기하는 ALPS(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서 처리된 오염수. 이것이 과학적으로 맞는 표현”이라고 했다.
한편 여당은 수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해 급식 공급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민주당에 오염수 방류 7개월여인 내년 3월 24일 제주 앞바다에서 바닷물을 채수해 방사능 수치를 검사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밝힌 수산물 급식 공급 확대에는 학교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학부모의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