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회 이상 충·방전 초기 용량 90% 유지 '고수명 유기전극' 개발

고수명 유기전극으로 만든 유연한 파우치형 이차전지.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고수명 유기전극으로 만든 유연한 파우치형 이차전지.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원장 박현민)은 소재융합측정연구소 신호선 박사팀과 포스텍(POSTECH) 반도체공학과 송재용 교수팀이 차세대 이차전지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고수명 유기전극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전기차 등에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리튬 이차전지의 전극은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무기물이 주 소재지만, 자원 매장량이 제한적이고 국제 정세에 따라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유기물 기반 전극은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할 차세대 이차전지의 핵심기술로 꼽힌다. 유기물 소재는 무기물과 달리 합성을 통해 대량생산 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이 우수하고, 용량 대비 가벼우면서 유연한 장점이 있다.

다만 유기 소재 전극이 충·방전 중 이온화되는 과정에서 전지 안의 전해질 용액에 쉽게 녹아 전지 수명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점이 단점이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고수명 유기 전극은 나노 복합소재를 사용해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물리적 혼합방식으로 제조할 수 있어서 기존 화학적 방식보다 실용화에도 더 유리하다.

기술 핵심은 유기 전극 후보물질 가운데 초기 용량이 높은 물질(DMPZ)과 수명이 긴 물질(PTCDA)을 동결 분쇄해 혼합하는 복합소재 제조법이다. 이 소재로 전극을 제작해 실험한 결과 충·방전 과정에서 두 물질의 상호 전하 보상 작용으로 전기적 중성 상태가 지속돼 650회 이상 충·방전 시에도 초기 용량이 90% 이상 유지됐으며, 고속 충·방전 또한 우수한 특성을 보였다.

공동연구팀은 또 개발한 고수명 유기 전극으로 파우치형 배터리를 제작해 이번 성과가 실제로 유연한 리튬이차전지 실용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성과는 이차전지 외에도 물 분해, 가스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기물 기반 전극의 전기화학적 안정성과 수명향상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신호선 KRISS 스마트소자팀장은 “이번 성과로 차세대 이차전지 실용화를 한층 앞당기고, 다양한 분야에서 유기물 기반 전극 연구개발(R&D)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내외 특허출원과 함께 국제 저명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스(Energy Storage Materials)에 실렸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