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적은 행정소송예산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구글·메타는 지난 2월 개인정보위 제재에 불복,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내세워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구글·메타를 시작으로 향후 개인정보위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 간 '본게임'이 법원에서 펼쳐지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행정소송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31일 개인정보위 등에 따르면, 개인정보위 행정소송예산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억원으로 책정됐다. 대형 로펌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과 소송전을 치르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개인정보위와 구글·메타 간 소송전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인정보위는 구글과 메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구글엔 692억4100만원, 메타에는 308억600만원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수년간 서비스 이용자의 타사 행태정보를 수집·분석해 맞춤형 광고 등에 사용하면서도 이를 이용자에게 명확히 알리지 않고 사전에 동의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글·메타는 개인정보위 조치가 부당하다며 지난 2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소가는 각각 11억5000만원으로, 첫 변론기일은 오는 9월 21일로 잡혔다. 소송대리인으론 구글과 메타가 각각 김앤장 소속 변호사 6명, 7명을 선임했다. 총 13명의 김앤장 변호사가 개인정보위를 상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메타는 법정에 직접 들어가진 않지만 재판을 지원하는 역할을 국내 대형로펌 B사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개인정보위는 구글과 소송에선 법무법인 최선과 해광을, 메타엔 법무법인 민후와 해광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해광은 구글과 메타 소송 모두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한다. 중소형 로펌이거나 중소 부띠끄 로펌이다.
개인정보위는 2020년 8월 출범 이후 이번 구글·메타와 소송을 비롯해 총 8건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2억원 규모의 한 해 예산으로 여러 소송에서 대형로펌을 맞상대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올해 행정소송수행 예산이 32억8800만원이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입장에선 미국·영국 등과 비교해 김앤장 변호사 수임료가 높지 않다”면서 “경영진은 국내 1위 로펌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재판결과에 대한 책임에도 다소 자유로워 막대한 수임료를 내더라도 김앤장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로펌은 시간당 요율을 적용하는데, 이번 소송은 품이 많이 드는 해외 리서치 업무가 많아 수임료가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국민 혈세를 소송전에 투입하기보다, 제재를 받은 기업이 이의가 없도록 개인정보위가 조사 단계부터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개인정보위 제재가 국내를 넘어 해외로 영향을 끼치므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어떤 제재 처분도 법정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개인정보위 역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도 문제다. 개인정보위 정원은 171명으로, 장관급 중앙행정기관 중 가장 작은 규모다. 특히 조사국 인원은 31명으로, 국내 정보기술(IT)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상대하기엔 벅찬 인력이다.
개인정보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제재는 결국 법정에서 결론이 난다”면서 “이번 구글·메타와 소송 결과에 따라 개인정보위 위상은 물론 향후 개인정보보호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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