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융합
최근 거대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대결에서 AI가 완승을 거둔 후 또 한 번의 AI 충격이다. 알파고에 비해 이런 생성형 AI의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이번 AI 충격은 과히 핵폭탄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6년 1월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의장이 4차 산업혁명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이후 4차 산업혁명이 큰 화두로 떠올랐다.
1784년 최초 기계식 방직기 발명 이후 증기기관 등 기계식 생산설비를 통해 이뤄진 1차 산업혁명, 전기동력에 의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대량생산체계가 마련된 2차 산업혁명, 전자기술과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기술을 통한 지식 혁명이 이뤄진 3차 산업혁명을 넘어 사이버물리시스템을 기반으로 유연하고 효율적인 생산체계가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로봇이나 AI로 실재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적이고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 물리 시스템 구축으로 산업 변화를 이끄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다.
1차 산업혁명을 통한 기계화가 100여년 동안 진행됐고, 2차 산업혁명에 의한 산업화가 70여년, 3차 산업혁명을 통한 정보화가 40여년이 소요돼, 산업혁명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4차 산업혁명은 2035년이면 완성되지 않을까?
이런 4차 산업혁명을 쉽게 얘기하면 각 산업의 디지털화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데이터 생산, 분석, 활용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 혁신을 이끌고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한다.
또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초성능으로 대변되는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이 산업의 디지털 융합을 촉진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능화된 디지털 생태계로 발전한다.
디지털 융합은 AI, 클라우드, 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고 고객과 시장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디지털 융합을 통한 산업 혁신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초성능의 ICT는 제조, 농축수산, 에너지, 교통, 의료, 국방 등 다양한 산업에 융합돼 스마트 공장, 스마트 홈,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팜, 자율주행차, 에어모빌리티, 정밀의료, 스마트 국방 등 지능화된 신산업을 창출한다.
수요자 중심 신 산업생태계로 산업을 혁신하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며, 고령사회에 대응하고 포용성장을 지원하며, 자주국방과 국민안전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다.
디지털 융합은 이제 개별 산업 영역 문제해결과 생산성 향상 도모를 넘어 기업, 사회, 국가 시스템 전반의 대전환을 이끌고 있으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인류가 더욱 편리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 가고 있다.
또 탄소중립를 실현하고,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며, 투명한 경영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디지털 융합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은 디지털 융합을 통한 산업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생태계를 통한 디지털 융합을 이루고 있으며, 독일은 강한 중견기업을 기반으로 제조업 강국을 이어나가기 위한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인 산업로봇 강국으로 로봇 중심 사회 실현을 목표로 로봇, AI, 사물인터넷(IoT) 기반 경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중국은 거대 자본과 시장을 통해 신속한 상용화를 추진하는 인터넷+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또 전 세계는 이런 4차 산업혁명에 더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파괴, AI와 로봇 발전에 따른 인간의 위협 등으로 환경 및 사회 지속성과 회복탄력성을 중시하게 됐고, 인간 중심이면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를 지향하게 됐다.
혹자는 이를 5차 산업혁명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에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개념을 더해 산업에 적용하는 인더스트리 5.0이 유럽을 필두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제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해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을 마련했고, 2018년 'I-KOREA 4.0', 2020년 '디지털 뉴딜 1.0', 2021년 '디지털 뉴딜 2.0' 전략을 추진했다.
또 2022년에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신설해 국민중심, 하나의 정부, AI·데이터 기반, 민관 협력이라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AI·데이터로 만드는 세계 최고 디지털플랫폼정부 비전을 실현해가고 있다.
신성장 4.0 전략으로 미래 분야를 개척하는 신기술, '디지털 에브리웨어'의 신일상, 경쟁을 넘어 초격차 확보를 지향하는 신시장 등 3개 영역에서 15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6대 디지털 혁신전략 기술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사회와 환경의 지속성과 회복탄력성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30년까지 40% 탄소를 절감하는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세워 각 산업에 관련 기술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도 국가 당면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중에서 선도적으로 '임무중심형 R&D 혁신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ETRI는 국가와 사회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추진할 중점전략기술로 AI 반도체·컴퓨팅, 보안기술, AI/소프트웨어(SW), 6G 통신, 메타버스, 디지털융합기술 등을 선정해 주어진 임무를 기한 내 달성하는 R&D를 추진하고 있다.
임무중심형 R&D는 R&D의 질적 성장에 유효한 전략으로, 국가적 임무를 중심으로 세계 탑티어(Top-tier)급 도전적인 연구목표와 시한을 정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탑 챌린지 프로젝트로 명명하고 국가대표급 성과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국가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런 신성장 동력은 고속 성장보다는 지속 성장 하에 실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ETRI는 병행적으로 ESG경영혁신을 추구해 이루고자 하며,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혁신으로 행복한 미래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임무중심 디지털융합기술 추진
ETRI에서는 초지능, 초성능, 초연결, 초실감 등 '기술 한계 극복을 위한 ICT 핵심원천 연구'뿐만 아니라 '국가 지능화 융합 기술 개발로 혁신 성장 동인 마련'이라는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공공·국민생활문제 해결 지능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모빌리티, 산업제조, 에너지, 바이오의료, 국방안전 등의 분야에서 지능화를 통한 산업 혁신을 이루어나가는 디지털융합기술에 중점을 두고 추진 중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서는 실내외 공간 및 복합산업단지에 무인순찰, 셔틀, 물류배송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심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상용 5G 기반으로 군집 비행이 가능한 드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무인이동체는 운전자 개입 없이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형태로 빠르게 발전해 가고 있으며, 지상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하늘의 도로를 나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로 교통 수단이 혁신되고 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탑 챌린지 프로젝트 중 하나로 UAM을 위한 자율비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영화에서나 보던 자율비행 UAM은 이제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제조업에서도 AI가 탑재된 로봇이 지시에 따라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협업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 맞춰 스스로 판단하고 계획해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1차 산업인 농축수산업도 디지털 융합을 통해 최적화된 지능화 생산시스템으로 제조가공과 서비스가 연계된 6차 산업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에너지와 환경 분야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자원 활용을 위해 디지털 융합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공장, 건물 등 다양한 영역에서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지원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 디지털 융합을 통해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존 헬스케어 패러다임을 개인화, 지능화, 일상화된 형태로 바꿔 가고 있다.
신체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유전적 요인, 생활습관 등 개인 특성을 반영한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AI 분석을 통한 데이터 기반의 정확한 진료, 언제 어디서나 이뤄지는 건강관리 등 디지털 융합을 통해 건강수명 100세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위해 '손쉬운 생활 속 혈당관리로 극복하는 당뇨, 광스캔 한번으로 진단하는 암'을 탑 챌린지 프로젝트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국방과 치안 분야에서 디지털 융합을 통한 훈련 시스템, AI 기반 의사결정지원시스템, 자연재난이나 산업재해 분야에서 안전관리 지능화를 통해 위험요소에 대한 예측과 예방으로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한 삶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융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공공현안과 사회문제 해결도 디지털 융합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드론을 이용한 실종자 수색, 드론과 로봇이 연계된 물류배송, 건강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농축수산 디지털 트윈, 마약 유통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마약탐지 후각지능, 지하공동구 디지털 트윈을 통한 안전 관리, 112 긴급 출동 현장 경찰관에 대한 지능화된 지원시스템, 디지털 폭력 등 디지털 역기능에 대한 대응 등 국민 생활 곳곳에 숨겨져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디지털융합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 융합이 만들어가는 미래 세상
4차 산업혁명을 공식 언급한 클라우스 슈밥 의장은 2020년 세계경제포럼에서 '거대한 재편'에 대해 언급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도래,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미·중 패권 경쟁 심화, 글로벌 갈등 심화 등 21세기 전반부 대격변이 인류사회를 거대한 재편의 시대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가속화되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저성장, 산업구조 개편, 일자리 변화 등 경제 여건과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기후 변화 심화 등 대내외 변화와 위기에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고 필요한 시기다.
이런 거대한 재편에 대한 대응에 국가, 기업, 개인의 운명이 걸려 있다.
한편,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기후 변화 심화에 따른 탄소중립을 실현해 환경 및 사회 지속성과 회복탄력성을 추구하고, 사이보그와 로봇과 공존하되 인간이 중심이 되는 기술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오고, 이런 방향을 5차 산업혁명 출발점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거대한 재편이든, 5차 산업혁명이든 우리는 ICT 혁신기술이 모든 산업의 기반 혹은 성장 촉매제가 됨을 인지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기술 초격차 확보로 기술 패권에 대응하고, 산업 디지털화로 경제 체질을 전면 혁신하며, 디지털 안전망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이뤄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위해 ICT와 타산업의 융합이 가속화돼야 하며, 정부는 디지털 융합 기술에 대해 과감하고 지속적인 R&D 투자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단일과제 중심에서 통합성과 중심 협업(함께 달리기) R&D 과제로 전환하고, 성과중심 묶음 예산을 통한 기관 연구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 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융합 기술혁신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는 신산업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안전한 나라, 건강한 삶, 깨끗한 환경을 갖출 것이며, 국민이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scbang@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