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아시안게임 메달 색 결정할 '스포츠과학'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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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인 재능에 더해진 피나는 노력. 스포츠 종목의 치열한 국가대항전에 참가한 국가대표를 떠올리면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다. 코로나19 여파로 1년이 연기됐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이 다가오면서 메달을 향한 이들의 눈부신 경쟁도 곧 눈 앞에 펼쳐지게 된다.

그러나 메달을 향한 경쟁은 경기장 안에서만 치열한 것이 아니다. 체계적인 훈련 등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현대 스포츠의 필수 요소로 불리우는 '스포츠과학'은 이제 메달 색깔마저 바꾸는 절대적 요소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스포츠과학이란 스포츠 현상 내에 존재하는 여러 법칙을 발견하고, 스포츠 활동과 관계 있는 생리·심리·역학적 양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 분야를 일컫는다.

스포츠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려는 활동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이며, 스포츠의 역학, 생리학 외에도 심리학적·인류학적·사회학적·경영학적 등 물질과학, 생물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의 넓은 영역으로 점차 확장됐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최신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등 기술 접목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스포츠과학 분야를 지원하는 곳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이 대표적이다. KISS가 운영하는 국가대표 스포츠과학지원센터는 3차원(3D) 시스템, GPS, 실시간 데이터 분석 기법 등 다양한 첨단기술 활용을 통해 선수들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를 지원한다.

실제 정밀한 동작이 요구되는 사격과 양궁 종목에는 AI 기술을 통한 경기력 향상이 이뤄지고 있다. 준비 과정에서 선수의 미세한 움직임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일관성 있는 경기력 확보 가능성을 도출한다. 데이터화 된 결과를 통해 선수는 자신의 불필요한 동작을 점검하는 등 경기력을 곧바로 보강할 수 있다.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던 '역도 신화' 또한 스포츠과학 적용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또다시 감동을 이어간다. 이를 위해 역도에 적용되는 스포츠과학은 '패턴인식' 기술이다. 알고리즘 기술이 역도 바벨 궤적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선수가 취한 동작의 성공 및 실패 여부를 예측하고,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방법을 찾는다.

선수들에게 스포츠과학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과거 대비 편리해진 분석 방법 때문이다. 복잡한 분석 전용 장비를 직접 착용해야 하는 과거에는 장비 착용에 따른 활동 반경 저하 등으로 선수들에게 불편함이 뒤따랐다. 반면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복잡한 장비 착용 대신 AI, 머신러닝 기반 비디오 판독 기술을 통해 경기나 훈련 간 선수들의 각종 기록을 숫자로 정확히 표현, 경기력 분석 속도와 정밀도, 편의성을 모두 확보했다.

선수 부상 등 컨디션에도 스포츠과학은 깊게 관여한다.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이 컨디션 회복을 위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산소 체임버, 공기압 슈트 등 첨단 회복 장비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근육통을 완화하거나 고농도 산소 공급을 통한 빠른 신체 회복을 돕는다.

컨디션 회복과 함께 선수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 분야에도 스포츠과학이 적용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실제 경기와 유사한 환경 속에서 선수가 훈련에 임할 시 선수의 뇌 혈류량, 호흡 등을 첨단장비로 측정, 불안 및 긴장도가 고점에 달하는 상황을 분석하고 심리 상담을 통해 이를 완화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스포츠과학이 관여하는 분야가 점차 확대되면서 스포츠과학으로 인한 메달 결정론 또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충분한 영양 섭취 등 환경적으로 풍족해진 현대사회에 이르면서 인간의 신체 능력 또한 상향평준화 됨에 따라 단순히 훈련량만으로는 스포츠 종목별 절대적 우위를 지키기 어렵다는 분석과 함께 더욱 정밀화되고 고도화된 스포츠과학이 경기력의 작은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순위와 메달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