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업계가 정부가 행정예고한 데이터센터 보호지침이 과도하다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재난관리체계 강화 기조에는 동의하지만 기존 사업자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업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업계 의견을 청취하겠지만 내년 1월 시행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와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는 지난달 초 과기정통부가 행정예고한 '집적정보 통신시설(데이터센터) 보호지침 고시 개정안'에 대한 산업계 의견을 과기정통부에 전달했다.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SK(주)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 이후 데이터센터 재난·안전 관리 구체화 필요성이 요구됨에 따라 마련됐다. 이를 위한 법률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됐고 이번 고시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적용·시행된다.
업계는 고시안 내용 상당수가 이행하기 어려운 부분이어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미 구축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부담이 크다고 강조했다.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와 축전지설비에 대한 설비실 전원차단 설비 설치', '배터리실과 전기설비실 분리', '배터리 간 이격거리 확보' 등 조항은 기 구축된 데이터센터는 아예 다시 센터를 지으라는 것과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원격으로 전력 차단이 가능한 UPS 제어시스템을 도입하라'는 조항 역시 삭제를 요청했다. 세계적으로 원격 전력 차단 기능을 도입한 곳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원격 기능이 도입되면 오히려 이를 악용하거나 사람 실수 등으로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구현 불가능한 대책인 만큼 삭제해야한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기존 사업자에 대한 부담 완화 조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정안은 고시 시행 이전에 구축된 데이터센터에 한해 향후계획·대체조치 등을 포함한 이행계획을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제출하면 이를 우선 검토하도록 했다.
이행계획이 적정하다고 인정될 경우 보호조치 세부기준을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통해 기존 데이터센터 보유 사업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이 역시도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행계획을 제출하면 검토해서 처분을 면해주겠다고 했지만 사업자 형태, 규모, 특성별로 어디까지 인정이 가능한지 구체적 가이드라인도 없다”면서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라 시간이 부족한데, 지금 이대로 고시가 시행되면 현행 사업자 대다수가 규정위반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주 업계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청치해 개정안 조정 필요 여부를 살펴볼 것”이라면서도 “내년 1월 시행시기를 늦출 순 없다”고 밝혔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