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에 들어서면 형태를 바꿔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소형 로봇이 개발됐다. 벌레나 곤충처럼 모습을 바꿔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공간에 들어가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콜로라도 볼더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클라리(CLARI, Compliant Legged Articulated Robotic Insect)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형태 변경이 가능한 사족 보행 로봇이다.
클라리는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크기로 무게는 탁구공보다 가볍다. 기본 형태는 네 면에 다리가 하나씩 있는 정사각형 모양이다. 특징적인 것은 폭 34㎜의 정사각형 모양에서 폭 21㎜의 길쭉한 모양으로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벽 사이 균열을 뚫고 지나가는 벌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평소에는 정사각형 모양이었다가 주변이 비좁아지면 몸을 압축해 길고 가느다란 모양으로 바꿔 틈새를 이동할 수 있다. 로봇은 전기 연결을 통해 작동한다.
각 다리는 인간의 고관절과 유사하게 앞뒤 좌우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자체 회로 기판과 이중 액추에이터를 갖춰 독립적인 로봇처럼 기능한다. 모듈식 디자인으로 다리를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실험실 환경 뿐만 아니라 나무나 풀잎 위, 바위 사이 등 복잡한 공간을 통과해 이동할 수 있는 형태의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항공기 엔진 내부나 무너진 건물의 잔해 속으로 들어가 독립적으로 이동하면서 지형을 탐색하거나 재난 현장에서 구조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로봇은 클라리 로봇 시리즈의 첫 번째 디자인으로 향후 카메라나 센서를 로봇에 통합해 장애물을 감지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
이 곤충 로봇에 대한 연구 결과는 학술지 어드밴스드 인텔리전트 시스템(Advanced Intelligent Systems)에 논문으로도 발표됐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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