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이테크 기술을 일컫는 '딥테크(Deep-tech)'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면서도 수면 깊은 곳에 숨어 보이지 않는 기술을 의미한다. 당장 성과를 알 수 없는 초기단계 기술인 만큼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해 민간보다는 공적 자금의 장기 투자가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챗GPT로 급부상한 오픈AI도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을 뚫고 대표 딥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딥테크팁스를 도입한 이유다. 딥테크팁스는 민간 벤처캐피털(VC)이 3억원 이상 투자한 딥테크 기업에 최대 3년간 15억원 연구개발(R&D) 자금과 창업사업화·해외마케팅 자금을 지원한다.
전자신문은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미래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기술 등 분야에서 우리 생활을 혁신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 딥테크 스타트업을 10회에 걸쳐 조망한다. 〈편집자 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현장의 로봇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며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업계는 2025년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가 1772억달러(약 23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444억달러(약 58조4800억원)에 비해 연 평균 32% 증가한 수치다.
다만 현재 제조·물류 산업에 활용되는 로봇은 같은 크기·모양의 박스를 들어올리거나 적재, 자율이송로봇(AGV·AMR)을 통한 운반 등 활용 범위가 단순 작업으로 국한되어 있다. 크기가 다양하거나 모양이 일정치 못한 물체를 들어올리는 작업까지 자동화하는 데는 지금의 기술로 한계가 있다. 때문에 작업 비중이 높은 물류 분배·분류 공정, 소량 다품종 제조 공정은 사람이 현장에 투입되는 실정이다.
테솔로는 현재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상품 분류·분배, 다물체 피킹 공정 등의 자동화에 도전하고 있다. 다관절 로봇 집게(그리퍼)를 이용한 인공지능(AI) 다물체 피킹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세웠다.
테솔로가 우선 확보하고자 하는 기술은 로봇의 눈이다. 로봇이 물건을 들어올리기 위해선 카메라 비전 센서로 적절한 파지점을 찾아야 한다. 현재 비전 기술로는 물체가 놓인 위치가 바뀔 때마다 파지점을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테솔로는 시뮬레이션 학습을 거쳐 파지점과 파지 동작을 자동 생성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비정형 물체의 최적 파지점을 찾아 물체 운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전 학습되지 않은 비등록 물체 파지첨을 찾는 기술도 확보할 계획이다.
파지 안정성을 위해선 로봇 그리퍼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는 로봇 그리퍼 끝단에 촉각 센서를 탑재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적절한 힘조절이 어렵다. 테솔로는 물체를 들어올리는 세 개 그리퍼 끝단 힘의 합이 0이 되도록 제어하는 알고리즘도 개발하고 있다. 물체의 무게·형상·크기 등을 고려한 적재 순서, 적재 형태 최적화 알고리즘까지 확보해 제조·물류 현장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테솔로는 이미 세 개의 그리퍼가 물체에 가하는 힘의 합을 실시간 계산하는 알고리즘, 다관절 로봇 제어 등 선행기술을 확보했다. 2019년 포브스 선정 아시아 영향력 있는 젊은 리더 30인에 선정된 김영진 대표를 비롯해 로봇제어·AI알고리즘, 시스템 통합 등 로봇 핵심 분야 개발 경험이 풍부한 인원으로 구성된 덕분이다. 기술신용평가 최우수등급 'TI-3' 획득,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 100 선정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테솔로는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팁스에도 선정돼 15억원 상당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는다. 딥테크팁스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주관으로 팁스 운영사 추천을 거쳐 선발한다.
테솔로를 추천한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세 손가락 다관절 그리퍼를 통해 기존 솔루션으로는 어려웠던 비정형 다종류 부품 조립, 피킹, 부분 핸들링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로봇 도입 영역을 확대하고 로봇 솔루션·그리퍼의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