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나노 두께 이온 선택 투과막 개발

포스텍(POSTECH)은 오승수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통합과정 유혜빈 씨, 손창윤 화학과 교수가 서울대와 한국뇌연구원과 공동으로 '인공 이온 채널'을 새롭게 개발해 특정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투과하는 나노 두께의 이온 선택 투과막 구현에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하이드로젤 이오닉 트랜지스터와 융합되어 살아있는 세포에서 발생하는 작은 이온 신호까지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세계 최초로 활용됐다.

'인공 이온 채널'을 새롭게 개발해 특정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투과하는 나노 두께의 이온 선택 투과막 구현한 연구팀. 연구를 주도한 포스텍 통합과정 유혜빈 씨(왼쪽)와 오승수 교수.
'인공 이온 채널'을 새롭게 개발해 특정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투과하는 나노 두께의 이온 선택 투과막 구현한 연구팀. 연구를 주도한 포스텍 통합과정 유혜빈 씨(왼쪽)와 오승수 교수.

새로운 이온 선택 투과막 기술의 핵심은 자연계 세포막을 인공적으로 모사하는 데 있다. 살아있는 세포는 놀랍게도 원하는 이온만을 투과시킬 수 있는 세포막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세포막을 인공적으로 모사해 다양한 양이온 및 음이온 중에서 1가 칼륨 양이온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막을 새롭게 개발했다. 또 이를 신경 신호 전달을 모방한 하이드로젤 이오닉 트랜지스터와 융합해 복잡한 생체 혼합물 속에서도 원하는 이온 신호를 실시간 분리했다

특정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기 위해 연구팀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온 채널에 주목했다. 이온을 인식할 수 있는 작은 단위체가 지질막 내에서 정렬되면 이온 채널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원리에 착안해 칼륨이온을 특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DNA G-사중 나선 구조체를 서열 특이적 표면 개질해 지질막 내에서 효과적으로 배향되도록 유도했다.

자연계 세포막을 모사한 칼륨이온 선택적 투과막 및 하이드로젤 이오닉 트랜지스터와의 융합 이미지
자연계 세포막을 모사한 칼륨이온 선택적 투과막 및 하이드로젤 이오닉 트랜지스터와의 융합 이미지

그 결과, 수 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막을 통해 물 분자, 음이온 및 다원자 양이온의 투과가 완벽하게 차단됐고, 비슷한 크기의 1가 양이온들 중에서 칼륨이온이 선택적으로 막을 통과했다. 특히 리튬이온 대비 칼륨이온 크기가 약 2배 더 큼에도 불구하고 투과막의 칼륨 선택성을 통해 500% 큰 증폭 이온 신호를 검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어 칼륨 선택 투과막이 융합된 하이드로젤 이오닉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살아있는 간조직에서 방출된 칼륨 신호를 세포 손상 없이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칼륨이온 방출량의 측정을 통해 아세트아미노펜의 주요 간 독성 매커니즘을 실험적으로 밝히고 해독제 후보 물질을 검증한 결과다.

타이레놀로 잘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다 복용하면 간 손상이 일어나 칼륨이온이 외부로 방출되는데, 특정 해독제를 첨가하면 칼륨 방출이 효과적으로 억제됨을 밝힘에 따라, 이번 기술이 다양한 약물 및 해독제의 발굴과 성능 검증에도 유용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오승수 교수는 “지질막 내부에 삽입된 이온 인식 단위체의 교체만을 통해 경제적 가치가 높은 다른 이온이나 과학적으로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등 다양한 분자를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인공 채널도 제작할 수 있다”며 “추후 세포 신호 체계나 뇌과학 연구, 약물 개발뿐만 아니라 리튬이온 추출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유혜빈 씨는 “자연계 이온 채널이 하지 못하는 다양한 이온의 흐름을 제어하는 인공 이온 채널 분야를 새롭게 개척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의 STEAM 연구사업 및 글로벌박사양성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시장주도형 K-센서 기술개발사업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 권위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