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히 살아났다.”
IFA 2023이 중국 기업의 귀환과 함께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면서 받은 평가다.업계 차원에서 친환경·스마트 가전 중심으로 하반기 시장 회복 기대감을 키우는 자리였다.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23은 닷새 일정을 마치고 5일 폐막한다. 참가기업만 세계 150개국 2000여개사. 행사장인 메세 베를린을 꽉 채운 기업은 쉴 새 없이 찾아오는 방문객을 맞이하느라 바빴다. 지난 주말에는 아침부터 가족 단위 및 학생 방문객이 밀려들어 행사장 주변에 교통 혼잡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만, 콘텐츠 측면에서는 전체적으로 큰 임팩트를 준 킬러 아이템을 꼽기 힘들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전시 규모는 커졌지만 익숙하거나 대동소이한 제품이 많았다. 완벽히 새로운 트렌드라고 추켜세울 만한 것은 없었다. 다시 말하면 향후 가전 업체가집중해야 할 포인트가 새로운 가전 폼팩터 출시와 차별화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중국 화웨이에서 분사한 스마트폰 기업 '아너'가 폴더블폰 신제품 '매직V2'와 '매직 펄스'를 선보였지만 삼성전자가 이미 트렌드를 선도한 제품군이다. 그나마 아너가 IFA 기조연설을 통해 폴더블폰 신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화제에 오르기는 했다. 내년 출시 예정인 컨셉 제품으로 선보인 매직 펄스는 1㎝ 이하 두께에 명품 핸드백 스타일로 여성 방문객의 눈길을 끌었지만 상세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다.
유럽 기업으로는 밀레가 스타일러 제품을 전시했다. 유럽 가전 업계 중 스타일러 제품을 내놓은 것은 밀레가 처음이다. 글로벌 가전사의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미투 전략 상품군이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아너의 폴더블폰, 밀레의 스타일러 출시를 내심 반기는 눈치다. 경쟁사가 생겼다기보다는 해당 시장을 함께 개척하는 파트너가 나왔다는 평가다. 경쟁을 통해 해당 제품군이 시장에 더 빨리 정착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전시 운용의 미가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중국 대형 가전업체 복귀에 힘을 실어주다 보니 애써 준비한 특별관의 힘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가전산업의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만든 IFA 넥스트관은 소규모 벤처·스타트업을 모아 행사장 가장 구석진 자리에 배치됐다. 한국 중소기업이 대부분 이곳에 있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속가능존도 전시품 다수가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로 구성돼 밋밋함을 보였다. 그나마 테슬라가 모델Y를 전시해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전시장 분위기만큼은 하반기 유럽 가전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유럽 기업이 주방가전 홍보를 위해 쇼 호스트를 불러 현장 요리 경쟁을 펼친 것은 빌트인 주방 가전이 업계의 격전지임을 보여줬다. 삼성전자가 IFA 개막에 앞서 인공지능(AI) 기반 푸드플랫폼 '삼성 푸드'를 공개한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국내 기업 관계자는 “IFA 2023에서 유럽 고객의 고효율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컸다”라며 “가전시장 전체가 포화 상태지만 에너지 효율과 스마트 가전으로의 교체 수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를린(독일)=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