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낯섦을 경계한다. 인종·국적·지역은 물론 살아온 환경이 달라도 쉽게 차별로 이어진다. 진화생물학적으로는 환경이 바뀌면 생존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과학적 발견이나 기술 발전은 더욱 더 배척한다.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죽을 때까지 가택연금형에 처했고, 동력 기계의 등장은 노동자의 저항에 부딪혔다. 그러나 갈릴레이의 주장은 천체물리학의 개념을 바꿨고, 18세기 산업혁명은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를 끌어냈다. 과학과 기술의 도입은 공동체를 도약시키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방아쇠다.
지난해 11월 챗GPT의 등장 이후 인공지능(AI)은 논쟁의 중심에 섰다. 많은 사람들이 AI가 만들 혁신적 미래상을 얘기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 상실이나 시스템 오류와 같은 부작용을 얘기한다. 5월 1일 미국 폭스 뉴스가 AI에 대한 인식을 묻는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사회를 위해 AI는 어떤가(For society, AI technology is a…)'라는 질문에 '나쁜 것(bad thing)'이란 응답이 46%로 과반에 가까웠다. '좋은 것(good thing)'이란 응답은 38%에 그쳤다.
사람들이 AI에 겁먹는 이유는 스스로 답을 만들어내는 AI의 생성(Generate) 능력 때문이다. 머신러닝에 기반을 둔 생성형 AI는 뇌세포와 뇌신경이 서로 얽혀 정보망을 생성하는 뇌 구조를 알고리즘으로 구현해 인간의 사고 구조를 모방한다. '용기'나 '솔직함' 같은 인간 고유의 감정을 분석해 학습시키면 이 역시도 흉내낼 수 있다. 이 기술을 고도화해 인간을 뛰어넘는 단 하나의 AI가 등장한다면 모든 로봇과 가전제품,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 그야말로 공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먼 미래, 혹은 상상 속 얘기일 수 있다. AI는 인간의 뇌를 모방했지만, 정작 인간은 매개변수로 판단하지 않아서다. 뇌인지 과학으로 풀어보면 인간의 감각기관은 동시에 발생한 사건이나 감정을 중요한 순서대로 처리한다. 하향식 통제 구조가 상향식 정보 습득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 구조의 비밀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고등동물이 학습을 하지 않고도 생각, 판단할 수 있는 이유다. AI가 인간의 뇌구조를 그대로 학습하지 않는 한 인간을 완전 대체할 수는 없다. AI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조력자일 뿐, 주체가 되기 어렵다.
AI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능동적일 수 없다. 어디까지나 작동과 판단은 인간의 몫이다. 엑셀·워드·포토샵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 감소의 공포를 노래했다. 그러나 더 많은 직장인들이 문서나 그래픽을 생산하게 돼 기업 전반의 경쟁력과 생산성은 향상됐다. 배달의민족의 AI 추천 배차 서비스의 경우도 배달일에 익숙지 않은 라이더들의 소득을 배가시키고, 시장 성장을 돕고 있다. e커머스 기업들의 제품 추천 AI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중계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AI는 이미 우리 생활에 스며들었다. 콘텐츠 제작물은 물론 많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AI 기업들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연동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소비자 가치에 부합하는 AI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특히 인구감소 시대, 한 명이 여러 사람 몫을 해내야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AI의 도움은 필수다. AI는 개인의 몸값은 물론 공동체 도약을 위한 방아쇠다. 'AI 발전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정태적 기대는 경제학적으로 비합리적 기대다. 시대의 동태적 변화에 맞춰 산업 전반에 AI 기술을 도입하고 교육을 늘려야 할 때다. 증권가에는 '비관론자는 명성을, 낙관론자는 자본을 얻는다'는 격언이 있다. 많은 이들이 낯섦에 대한 무장을 해지하고 기술적 변화를 수용, AI 리터러시를 높여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김유경 우아한형제들 홍보기획팀장 neo3@woowahan.com
우아한형제들 홍보기획팀장 김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