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삼회담에서 3국은 경제안보와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공동 대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3국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협력 플랫폼이 완성될 경우 시너지가 상당할 전망이다.
앞으로는 국가가 어떤 전략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국가 안보와 동맹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자율주행, 우주항공과 같은 미래 산업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산업의 쌀'인 반도체는 첨단기술의 가장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의 전략자산이며 국가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도 반도체 산업 초격차 확보를 위해 7월 20일,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3대 분야에서 국가대표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기 위해 전국 7곳을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특히 반도체 특화단지의 경우, 총 15개 지자체가 치열하게 경합한 끝에 용인, 평택 그리고 경북 구미가 지방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구미는 1969년 대한민국 최초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도시로 섬유와 전자산업 중심도시로서 반세기 넘게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다. 그러나 2010년 이후 기업의 해외 이전과 수도권 집중 등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한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대규모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2021년에는 정부가 수도권 중심의 K-반도체 벨트 조성을 추진하면서 지방이 소외되고 있어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가능성이 불투명했다.
그러나 구미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발상지로, 현재 8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선도기업을 비롯 344개 반도체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다. SK실트론의 2조3000억원 투자를 필두로, LG이노텍 1조4000억원, 원익큐엔씨 1200억원 등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반도체산업의 핵심 요소인 산업단지 부지, 풍부한 공업용수, 안정적인 전력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특히 2030년 개항예정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직선거리 10km에 입지해 있어 항공물류 경쟁력도 확보했다.
이처럼 반도체 특화단지 최적지인 구미의 강점을 알리기 위해, 2월 구미 금오공대에서 개최된 제1차 인재양성 전략회의와 SK실트론과 경상북도의 투자협약식에 윤석열 대통령의 방문을 성사시켰고, 6월 한덕수 국무총리 면담 등을 통해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을 건의했다.
또한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간사와 국회 첨단전략 산업특별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며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산업자원통상부 장·차관 및 담당 국장 등 실무자들과 수차례 만나 실무 논의를 거치며 비수도권과 지방의 특성화를 위한 정책적 배려를 주문했다.
뿐만 아니라 토론회, 간담회, 업무협약식, SNS 챌린지 등을 개최해 41만 구미시민의 염원과 본 의원을 비롯해 국회, 지자체, 지역기업, 지역대학 등 모두의 뜻을 한 곳에 모은 끝에 반도체 특화단지를 구미에 유치할 수 있었다.
이제 지정된 반도체 특화단지를 내실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한 대만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대만은 1980년대부터 정부주도로 '신주과학공업' 특화단지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산업을 지원해왔다.
시스템 반도체산업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팹리스와 파운드리업체가 협업한 결과, TSMC라는 세계 1위 기업을 만들어냈고, 300여개가 넘는 팹리스·OSAT 기업 생태계를 확보했다.
우리 정부도 용인·평택을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거점으로 육성하고 구미를 반도체 공정 핵심 원재료 공급기지로 특화해, 반도체 특화단지가 국가첨단산업의 글로벌 초격차 달성에 선도적이고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는 수도권 반도체 특화단지와 연계협력을 통한 공급망 안정 및 국내 반도체산업 생태계를 완성하고, 구미 소재 반도체 기업의 역량을 강화해 수도권 반도체 제조기업의 후방공급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또한 반도체 하이테크 밸리가 조성될 구미 5산단의 경우 통합신공항과 직선거리로 10여km에 불과해 항공물류·공항경제권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가 가능해 글로벌 반도체 단지로 발전할 예정이다.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선정은 구미 도약의 새로운 마중물이자 성장 그릇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2032년까지 생산유발 5조 30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직·간접적 고용효과는 6500명에 달할 전망이다.
반도체 특화단지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반도체 기업 유치와 반도체 산업에 종사할 고급인재 양성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기업지원 시스템 강화 △정주 여건 개선 △광역 교통망 확대 등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반도체 특화단지는 산업 이상의 전략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공항 경제권 중심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도시 전체의 인프라도 개선하고 있다.
반도체는 대표적 경박단소 제품으로 항공물류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산업인 만큼, 2030년 개항 예정인 통합신공항과 연계한 물류 시스템 구축한다면 구미가 대구·경북의 물류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구미 특화단지 지정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초격차 달성을 위한 첫걸음이자,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지방시대'를 실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계 대표 국회의원으로서 구미가 신산업과 첨단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지속 발전이 가능한 도시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 나가겠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yeungshik20@naver.com
〈필자〉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구미시을)은 영남대를 나와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1대 국회에서 몇 안 되는 정통 과학기술 출신 의원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연구원, 금오공대 기계공학부 교수, 6대 금오공대 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우주항공청 설립, R&D 카르텔 개선 등 과학기술 정상화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