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장거리 송전이 가능한 초고압직류송전(HVDC)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이나 대륙 및 국가 간 계통 연계에 핵심입니다. 대한전선은 육상·해저, 전압형·전류형, 고전압·저전압을 각 시장 특성에 맞춰 양산, 세계 전력시장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대한전선이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을 본격 확대한다. 전력 수요 증가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로 빠르게 성장하는 HVDC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김현주 대한전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전자신문과 만나 “2018년부터 HVDC 전담조직을 신설해 기술을 축적해왔다”면서 “낮은 전압 제품부터 높은 전압으로 옮겨가는 일반 경우와 달리 500㎸급 이상부터 시작해 낮은 전압 케이블로 포트폴리오를 갖춰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최근 525㎸ 전압형 HVDC 케이블 시스템을 개발해 관심을 모았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HVDC 케이블 중 가장 높은 전압을 구현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증 시험도 완료, 지난해 97억달러(약 12조8400억원) 규모에서 2030년 180억달러(약 23조8300억원)로 확대가 예상되는 HVDC 시장 공략 채비를 마쳤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AC) 전력을 직류(DC)로 변환, 송전하는 방식이다. 장거리 대전력 송전에 대한 전력 손실이 적어 효율적이고, 서로 다른 전원 주파수를 연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륙이나 국가 간,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쓰이는 이유다.
HVDC 케이블은 전압 등급이 높을수록, 도체 사이즈가 클수록, 도체 허용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전류를 송전할 수 있다. 대한전선이 개발한 525㎸ 전압형 HVDC 케이블은 3000스퀘어(SQ=㎟) 도체 단면적에 90℃ 이상 허용 온도로 인증 시험을 완료했다. 이 같은 도체 단면적과 허용온도를 인증받은 것은 국내 유일하고 해외에서도 성공 사례가 드물다.
김 CTO는 “유럽 송전망 기업의 요구사항인 도체 단면적과 도체 허용온도를 맞춰 개발한 제품”이라면서 “전압형 케이블 시스템이 주력인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점차 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고, 다양한 수요 대응을 위해 320㎸급 케이블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HVDC는 변환 방식에 따라 전류형(LCC)과 전압형(VSC)으로 나뉜다. 전류형은 손실률이 낮고 대용량 송전에 유리하지만 설치 면적이 크다. 전압형은 설치공간이 전류형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양방향 송전에 용이한 반면 손실률이 크고 구축비용이 높다. 국내에서는 동해안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HVDC 프로젝트에 전류형이 적용되고 있고, 유럽 시장에서는 전압형 프로젝트가 주력이다.
대한전선은 포트폴리오를 해저케이블로 확장할 계획이다. 해상풍력 발전 시장 성장에 따라 해저케이블 수요 확대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충남 당진에 해저케이블 양산을 위한 4만4800㎡(약 1만3500평) 규모 임해공장을 연내 준공할 예정이다. 현재 33~154㎸급의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단계별 투자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525㎸급 HVDC 해저케이블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김 CTO는 “해저케이블은 케이블끼리 불량 없이 연결하는 팩토리조인트라는 접속재가 기술 핵심”이라면서 “해저케이블 기술도 차질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지난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1조4583억원, 영업이익 417억원을 달성해 20년만에 최대 영업익을 낸 바 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