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일본 블록체인 미디어 코인포스트(CoinPost)가 주최한 웹3 콘퍼런스 '웹엑스(WebX) 2023'에 다녀왔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은 모습에서 가상자산 업계가 일본 시장에 보내는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열기에 힘입어 디스프레드의 파트너사이자 Web 3 전략 게임을 만들고 있는 '픽셀배틀'과 일본 현지 리서치 파트너 '크립토타임즈'와 미팅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일본을 보는 가상자산 업계의 시선이 1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동안 일본은 '규제가 너무 강하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틴곡스의 파산과 코인체크의 해킹으로 인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규제가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일본 정부의 규제가 일본 가상자산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지난해 11월 발생한 FTX 파산 사태 때 일본 정부가 선제적으로 투자자 보호에 나선 일이었다. 이로 인해 FTX 재팬은 FTX 글로벌에 비해 피해가 거의 없었으며 당시 일본 금융청(FSA)이 FTX 재팬이 임의로 회사를 매각하지 못하게 명령했다. 일본 정부의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투자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또 주목할 부분은 일본 정부가 '웹3 산업 육성'으로 방향을 선회한 일이다. 일본 여당인 자민당(자유민주당)은 디지털추진사회본부 산하에 웹3 프로젝트팀을 만들고 올해 4월 '웹3 백서'를 발간했다. 일본 정부는 해당 백서에 △미거래 토큰에 대한 세금 면제 및 투자 손실 3년 동안 이월 허용 △대체불가능토큰(NFT) 및 탈중앙화자율조직(DAO) 등 웹3 산업에 대한 규제 제안 등을 명시했다.
또, 6월 1일 자금결제서비스법(PSA) 제3차 개정안을 시행하며 일본 기업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물꼬를 텄다. 이에 PSA에 규정된 '전자결제수단(EPI) 사업 운영자'로서의 조건을 충족한 미츠비시 UFJ 파이낸셜그룹(MUFG)은 2024년 4월까지 일본 은행들이 '프로그맷 코인(Progmat Coin)'을 통해 이더리움, 폴리곤 등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하게끔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일본 대기업도 관련 사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SBI 그룹'을 들 수 있는데, SBI 그룹은 △SBI 디지털 애셋 홀딩스(토큰증권 사업) △SBI VC 트레이드(가상자산 거래 사업) △SBINFT(NFT 사업) 등의 자회사를 두며 웹3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본 기업은 주요 강점인 애니메이션, 게임 등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웹3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업체로는 '오아시스(Oasys)'가 있다. 오아시스는 게임에 특화된 레이어 1 프로젝트로, 반다이 남코·세가 등 일본 유명 게임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블록체인 게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을 마냥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기엔 한계도 존재한다. 일단 웹3 산업에 대한 일본 기업의 관심사는 다른 나라 기업과는 다르다. 미국을 포함한 서양권 기업들은 레이어 1, 레이어 2와 같은 인프라 또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에 주목하는 반면, 일본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한국과 비슷하게 게임과 대체불가능토큰(NFT)에만 치중돼 있다.
무턱대고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보단, 이런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본에는 개인 투자자 수가 적은 데다 대부분이 메타마스크와 같은 월렛을 설치하는 일에서부터 어려움을 느낀다. 일본 정부가 일본 웹3 시장의 포석을 깔아줬지만 그 시장에 개인을 어떻게 끌어들일지는 기업의 몫이다.
예준녕 디스프레드 대표 jason@desprea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