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이창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 고우현 차세대연구리더 연구팀이 정은지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뇌에서 억제성 신호전달물질인 가바(GABA)가 조절되고 작동하는 원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뇌 인지 기능 핵심물질이자 다양한 뇌질환 원인으로 주목 받는 가바의 모든 것이 집대성된 종합 지침서가 탄생했다.
우리 뇌는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흥분성 신호전달과 활성을 억제하는 억제성 신호전달 조절로 기능한다.
주로 각각 글루타메이트와 가바에 의해 매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런 신호전달은 세포막 사이를 오가는 이온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며, 가바 수용체는 주로 염화 이온으로 그 억제성을 매개한다.
그리고 억제 효과가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일컬어 '지속성 가바 전류'라고 한다.
이창준 단장은 2010년 별세포에서 가바를 분비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하고, 이후 별세포의 인지 기능을 연구하면서 별세포에서 가바가 합성, 분비, 제거되는 원리들을 규명해왔다.
나아가 가바와 관련된 질병들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노력했는데, 이런 노력으로 2014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서 흔히 발견되는 반응성 별세포가 가바를 분비해 기억력 장애가 유발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치매 치료제(후보약물) 'KDS2010' 기술을 이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뇌 인지 작용 핵심 신호전달물질이자 다양한 뇌질환과 관련된 가바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가바가 조절되고 작동하는 원리를 종합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진은 뇌 안에서 가바의 양이 조절되는 원리와, 이를 통해 매개되는 지속성 가바 전류가 뇌 안에서 어떤 분자·세포적 기전으로 신호 전달과 인지 기능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학계의 흐름과 다양한 연구를 정리해 제시했다.
이번 논문에서 연구진은 뇌 속 가바 양 조절에 별세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지속성 가바가 다양한 인지 기능들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강조했다.
뇌에서 일정하게 지속성 가바 전류를 매개하고 있는 가바를 '가바 톤(GABA tone)'이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제안했다.
가바 톤은 음악에서 음높이가 일정 톤으로 유지되는 것처럼, 뇌 안 가바의 양과 활동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또 학계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가바 전류의 억제 효과가 흥분성 신호를 우회로를 통해 국소적으로 감소시켜 흥분성 신호의 효과를 줄이는 '우회성 억제'를 통해 나타남을 보여줬다.
이것은 가바가 억제성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감각 신호를 더 세밀하게 조절하게끔 하는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열쇠가 됐다.
마치 카메라 렌즈의 노출을 조절하는 조리개와 같은 역할로 세밀한 신호 조절을 위한 최적의 콘트라스트(대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학습과 기억, 생체 리듬과 각성 상태, 운동 조절 등 지속성 가바 전류와 관련된 다양한 기능들을 제시하며, 가바 톤의 추가적인 인지 기능들에 대한 더욱 활발한 연구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창준 IBS 단장은 “별세포 연구로부터 시작한 지속성 가바 전류의 기능과 다양한 뇌질환과의 관계가 밝혀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성과가 뇌 인지 기능을 이해하고, 뇌질환 치료를 위한 가바 연구의 지침서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동교신저자인 정은지 연세대 교수는 “가바 톤은 뇌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남기기 위한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며, 뇌의 여러 인지 기능에 중요하게 관여하고 있다”라며, “새롭게 제시한 가바 톤이라는 개념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라고 이번 논문의 의의를 전했다.
연구 결과는 뇌과학 총설 분야 최고 권위의 '네이처 리뷰 뉴로사이언스' 9월호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