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유럽 디지털시장법(DMA)과 같은 사전규제는 비효율적이고 실효성이 낮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독점 사업자 등의 문제는 사후규제로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6일 김희곤 국회의원실, 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관하는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Ⅱ)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EU DMA를 바탕으로 '사전규제에 문제가 많다'는 것에 공감했다.
티볼트 슈레펠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교수는 '혁신 기반 경쟁과 사전 규제'라는 주제발표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대표적 사전규제인 유럽 DMA법이 시행됐지만 최근 폭풍의 눈으로 부상한 '생성형 AI'에 대한 규정이 빠져있다”라며 “이처럼 사전규제는 업계 현안을 즉시 반영하기 어렵고, 실효성이 없어도 수정하는데 오래 걸리는 등 문제점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티볼트 교수는 “혁신을 유도하지 못하는 비효율·비생산적인 사전규제 보다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규제하는 사후 법 집행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라며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사후규제만 채택할 수 없다면 사전규제를 '적응형'으로 만드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전규제를 만들더라도 규제가 오히려 산업발전에 유해하거나 무용한 상황이라면 개선이 용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라며 “사전규제에 대한 영향평가를 지속 수행하면서 효과를 분석해 유해한 것은 즉시 개선하는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콜라이 바르첸테비치 영국 서리대학교 교수는 'EU DMA법과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에 미치는 영향' 주제발표에서 “경제성장에 주안점을 둔 정책과 프라이버시, 보안관련 정책 간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DMA법 제정의 일차적 목적은 어디까지나 경제성으로 프라이버시와 보안 관련 사안은 해결이 어렵지 않거나 이미 해결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라며 “이는 입법 부실이며, 불확실성이 수반되는 법률인만큼 법원 판단과 개입 소지가 있고 지리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라고 말했다.
미콜라이 교수는 또 “DMA법 시행으로 중소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기 쉬워짐에 따라 프라이버시와 보안에 취약한 상황에 이용자가 노출될 위험이 커질 것”라며 “한국에서는 이를 타산지석 삼아 사전규제의 장단을 면밀히 분석하고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주제발표에 앞서 진행한 환영사에서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사전규제 제정을 지양할 것을 주문했다. 박 회장은 “EU의 DMA식 사전규제 방식은 온라인 플랫폼의 산업 혁신 동력 약화와 성장을 저해할 수 있고,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각계의 우려가 깊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주제발표에 이어 홍대식 한국경쟁법학회 회장(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신영선 법무법인 율촌 고문, 신영수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규성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참여해 종합토론도 진행됐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