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패키징 및 인쇄회로기판(PCB) 업계가 상반기 침체를 딛고 도약을 준비한다. 반도체 기판을 필두로 차별화 기술과 제품을 개발, 시장 수요에 대응할 채비를 마쳤다.
6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베시아에서 개막한 '2023 국제PCB 및 반도체 패키징 산업전'(KPCA 쇼 2023)은 반도체 패키징과 PCB 산업 생태계가 쌓아온 기술을 뽐내는 자리였다. 산업의 중요성이 집중 조명되면서 3000여명의 참관객이 전시회를 찾았다.
LG이노텍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량 양산을 앞둔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기판이 대표적이다. FC-BGA는 시스템 반도체를 메인 기판과 연결하는 고밀도 회로 기판이다. 고성능컴퓨팅(HPC)에 주로 활용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LG이노텍은 FC-BGA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추진, 파일럿 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HPC 시장 성장에 맞춰 추가 생산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기도 FC-BGA를 선보였다. 많은 전기 신호를 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는 서버용 FC-BGA가 핵심이다. 제품 면적이 크고 적층 수가 많기 때문에 개발 난도가 높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서버용 FC-BGA를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어리스 공법으로 내부 지지층을 제거해 두께를 절반으로 줄인 노트북용 플립칩 칩스케일 패키지(FCCSP)와 반도체 기판 안에 여러 개의 칩과 수동 부품을 내장한 시스템인패키지(SiP)도 전시해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첨단 패키징에 대한 투자가 잇따르면서 소재·부품·장비 업계도 바빠졌다. 해성디에스는 반도체 패키징용 리드 프레임, 테이프 기판, 그래핀 와이어 등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특히 리드프레임부터 반도체 기판, 테이프 기판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을 '롤투롤(Roll-to-roll)' 방식으로 생산하는 것이 차별화 요소다. 회사 관계자는 “롤투롤 방식으로 500㎜ 폭 기판을 생산할 수 있고, 재료를 투입하는 대로 바로 생산된다”며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반도체 패키징 장비 업체와 PCB 소재·약품 업체도 가세했다. 태성은 정면기 고도화 기술을 선보였다. 정면기는 동박적층판(CCL)에 동도금을 할 때 잘 접착되도록 표면을 세정하고 조도를 형성하는 장비다. 회사 관계자는 “홀 플러깅 공정이나 레진 제거, 비아 홀에 동도금을 채우는 공정 등에 활용되는 PCB 핵심 장비 중 하나”라고 밝혔다.
KPCA쇼에서는 반도체 패키징·PCB 국산화 사례도 등장했다. 오알켐은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PCB 수평화학동도금 약품을 자체 개발했다. 4주 이상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전해 화학동도금용 장수명 촉매가 주인공. 무전해 화학동도금은 기판의 홀 내벽에 동을 전도체로 입혀서 회로와 홀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공정이다. 회사는 이미 양산에 돌입해 고객사들에게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철동 한국 PCB 및 반도체 패키징 산업협회 회장은 “올해 상반기 국내 PCB 및 반도체 패키징 업계는 세계 시장의 소비 심리가 둔화한 여파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면서 “하반기에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가 시장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저조한 수출 실적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8일까지 열리는 KPCA 쇼 2023에는 221개 기업과 기관이 참가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