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V 운용체계(OS) 시장에서 구글 독주가 이어진 가운데 삼성·LG가 격차 좁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콘텐츠 다양성과 기기간 연결성을 무기로 추격 중이지만 TV 시장 불황으로 인해 성과는 더딘 상황이다.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온 북미 셋톱업체 로쿠를 포함해 하이센스 등 중국 TV 업체까지 독자 OS를 들고나오면서 시장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TV OS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는 42.1%로 선두를 유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3%포인트(P) 가량 점유율이 줄었지만 경쟁사도 동반 하락하며 격차를 유지했다.
구글을 뒤쫓는 2위 삼성전자(타이젠)와 3위 LG전자(웹OS)는 올해 상반기 각각 20.6%, 11.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두 업체 모두 0.4%P씩 떨어졌다.
글로벌 TV OS 시장은 선두 구글을 삼성전자 LG전자 3사간 경쟁 구도로 전개됐다. 삼성·LG를 제외한 글로벌 TV 제조사 대부분이 자체 OS를 보유하지 않은 탓에 개방성을 앞세운 구글이 앞서 나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TV 시장 1, 2위 제조사라는 지배력을 바탕으로 OS시장까지 침투, '빅3'를 형성했다.
경쟁 구도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2018년 이후 4년 만에 연간 시장 점유율 40%(42.4%)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옴디아는 올해 안드로이드 시장 점유율이 44%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한때 7~8%P 차이로 구글과 선두 다툼을 했으나 격차가 20%P 이상 벌어지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사용경험 강화는 물론 유료 콘텐츠, 광고 등 신규 수익 창출을 위해 OS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2021년 LG전자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삼성전자도 타 TV 제조사에 OS를 판매하는 외판 사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LG전자는 현재까지 글로벌 TV 제조사 300곳 이상에 공급했으며, 삼성전자도 지난해 말 호주 등 3곳의 브랜드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삼성TV 플러스' 'LG 채널' 등 독자 무료 채널 수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헬스케어, 교육, 회의, 게임 등 OS를 통한 애플리케이션(앱) 지원까지 강화하는 등 안드로이드 고객을 빼앗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TV를 매개로 한 스마트홈 서비스까지 확대하며 차별화를 꾀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점유율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은 TV 시장 불황과 함께 외판 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TV 시장도 얼어붙게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급격한 수요둔화로 인해 생산량을 조정하면서 자사 제품에 기본 탑재된 OS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양사 모두 외판 사업에 나섰지만 연간 수백만 대 이상 공급하는 빅 플레이어 고객사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그 사이 후발주자는 빠르게 성장했다. 북미 지역 셋톱박스 1위 업체인 로쿠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9.1%를 기록, 아마존(파이어TV)과 함께 유일하게 점유율이 늘어난 업체로 집계됐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출하량 3위로 뛰어오른 하이센스도 독자 OS '비다(VIDAA)' 탑재를 본격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등과 연결·개방성 외에도 저렴한 가격이 무기인 만큼 삼성과 LG가 이를 넘어서려면 가격경쟁력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TCL 등 막대한 공급능력을 보유한 제조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것 역시 점유율 향상에 필수 과제”라고 설명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